노조 "산업은행, 졸속 매각 불과"···투기자본 잔치 변질 우려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증권경제신문=노지훈 기자] HMM(011200) 노조가 민영화 추진 과정을 '졸속 매각'이라 비판하며 KDB산업은행에 유찰을 요구했다. 

9일 HMM 노조는 "최근 HMM 매각과정은 산업은행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발전과는 상관없는 부실, 졸속매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현재까지 인수예비업체 리스트 3곳은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막대한 외부 자금의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사모펀드 등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되면 오직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월 25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의 영구채 1조원에 대해 주식전환을 결정하고 추가 2억주의 신주를 받아 매각대상 지분율을 40%에서 58%로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이러한 주식물량의 증대는 정부지분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행위이자, 채권 회수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국 공적자금 회수에도 심각한 손상을 끼치는 행위"라며 "매각예상가격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매각절차의 하자를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출입 의존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국적선사를 중심으로 하는 해운업의 발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HMM을 졸속으로 매각하게 되면, 대한민국의 해운산업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HMM에 유보된 자본을 약탈하려는 그 어떤 자본의 개입도 거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정부는 HMM 매각과정에 있어 대한민국 해운업 발전의 기초를 새로 세운다는 사명과 비젼으로 이번 매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7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은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 뒤 최종 인수후보자로는 동원과 하림, LX그룹을 선정하고 지난 8일 실사작업까지 마무리가 됐다. 

일단 업계에서 보고 있는 HMM의 최저 매각가는 5조 원 수준이지만, 인수후보자들의 자금력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 6000억 원(작년 말 기준)이며, 올해 상반기 기준 LX그룹은 2조 5000억 원, 동원산업은 51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HMM은 지난해 매출 18조 5868억 원에 영업이익 9조 9455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MM은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해도 13~14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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