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경영권 담보 없는 거래,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주장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증권경제신문=김성근 기자] 8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 HMM 매각 작업이 최종 무산됐다.

7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이날 자정까지 산업은행(이하 산은),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와 하림그룹의 HMM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결렬되면서 하림그룹의 HMM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상실됐다.

이에 따라 HMM은 당분간 채권단 관리체제로 유지되며,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적정한 시기를 골라 HMM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산은 관계자는 "언제 다시 재매각 절차에 들어갈지 등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같은날 하림 측 역시 HMM 경영권 인수가 무산된 데 대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하림 컨소시엄은 지분 57.9%를 6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양측은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다만 인수과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에 불과한 하림이 HMM을 인수하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며 무리한 자금 조달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의 최대 3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을 중심으로 한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에서 제기된 자금 부족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활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영 주도권을 놓고 양측의 이견도 컸다. 양측의 이견차를 벌인 조항은 '지분 매각 금지' 조항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협상 과정에서 하림 쪽에 '인수 뒤 5년간 지분 매각 금지'과 '3년간 연간 배당금 최대 5천억원 제한' 등을 요구했다. 이는 인수기업이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서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함이었다.

산은과 해진공은 최대 14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성 자산을 해운업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하림은 제이케이엘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여달라고 최종 제안했지만 채권단은 역시 선을 그었다.

매각 작업이 최종 무산되면서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잔여 영구채까지 갖고 있는데 이 영구채는 올해와 내년에 차례로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이에 따라 산은과 해진공은 배임을 우려해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시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은 더 상승한다.

다만 매각 측이 HMM 재입찰을 진행하더라도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지난 입찰과 마찬가지로 국내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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