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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성장 부진, 신흥국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27달러가 붕괴돼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신흥국 외환지수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유가 폭락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증시들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고,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탓에 국채와 금, 일본 엔화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 WTI, 27달러도 붕괴…공급과잉·글로벌 저성장 우려 영향

20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장중 처음으로 배럴당 27달러 이하로 곤두박질 치며 한때 원유시장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6.7% 내린 배럴당 26.55달러로 마감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무려 28%나 폭락한 셈이다. 브렌트유도 한때 27달러 붕괴 직전까지 갔으나 배럴당 27.88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를 급락시킨 요인은 공급과잉 우려와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간 원유 재고 발표를 앞두고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을 이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수출길에 나서는 것도 공급 과잉 우려를 키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날 올해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수 있다"면서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진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경고한 가운데 공급과잉을 해소하려고 베네수엘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긴급회의 소집을 제안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투자자들은 예상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국제석유시장 여건과 저유가의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연평균 40.8달러(브랜트유 기준)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약 20%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평균 국제유가가 작년 배럴당 52.4달러에서 올해는 40.8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제유가는 상반기 낮게 형성되다가 하반기부터 높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글로벌 증시 약세장 진입…신흥국 통화 급락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지수가 작년 초보다 20% 이상 떨어져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고 미국의 CNBC가 20일 보도했다.

주요 증시를 측정하는 지수가 전 고점보다 10% 이상 떨어지면 조정장(Correction),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

20일 홍콩 항성지수는 3.82% 떨어져 2012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3.71% 급락한 탓에 작년 6월 고점 이후 22%의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도 이날 3.46% 떨어지면서 전고점 대비 20% 하락했다.

미국 증시도 '조정장'에 들어섰다.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전 고점 대비 각각 14%, 16% 떨어졌다.

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자원부국 통화도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이날 러시아의 루블화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80달러선이 붕괴된 달러당 81.05루블을 기록했다. 사상 최저치다.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9% 하락했다.

신응국의 경제위기로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자 신흥국 통화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홍콩달러는 이날 달러당 7.8243홍콩달러를 기록, 달러 대비 기준으로 2007년 8월 이후 가장 약세를 보였다.

◆ 금융시장 불안에 금·국채·엔화 등 안전자산 투자 몰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은 늘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각각 1.96%, 1.62%, 0.48%, 0.21% 떨어졌다. 수익률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금값도 크게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17.10달러(1.6%) 오른 온스당 1106.20달러를 기록했다. 온스당 1100달러선 돌파 후 2주 만에 최고 높은 가격이다.

일본의 엔도 인기를 끌었다.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6엔대까지 급등했다. 지난 2014년 10월(111.2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 1년 새 엔화 가치는 가장 강해졌다. 엔은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통화로 분류되는 데다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하기가 어려워 엔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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