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요약]
- '8년전 위기 잊었나'로 맞대응
- 월가의 존재방식에 대해 미국사회는 격론 중
- 금융의 기본 속성은 탐욕...적절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로비 중에 가장 강력한 로비는 금융관련 로비라고 한다. 미국은 슈퍼팩(Super PAC)을 통해 본인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항에 대해 얼마든지 로비전을 펼칠 수 있다. 슈퍼팩(Super PAC)은 합법적으로 무제한 모금이 가능한 민간 정치자금 후원회를 말한다.

2010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치자금 후원 금액 상한선을 폐지하면서 정치자금을 무제한 모금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워싱턴은 국제 로비스트들의 본거지로 월가가 고용한 금융관련 로비스트만 2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요즘 미국에서는 민주·공화 양당 간 대선후보가 결정되면서 대선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핵심 쟁점 중 하나가 포괄적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의 완화와 원안 고수를 둘러싼 논쟁이다. 공화당의 트럼프가 경제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 슈퍼팩(Super PAC)을 통한 월가의 로비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금융규제 완화 주장에 대해 오바마는 ‘8년전 위기 잊었나’고 맞서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은 2008년 금융위기의 반작용으로 탄생한 ‘신금융개혁법’을 말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7월 ‘월가의 탐욕과 투기행위 근절을 위한 ‘도드-프랭크법’에 서명했으며, 강력한 ‘신금융개혁법’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법은 4000여개의 하위 법안을 담고 있으며, 핵심은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강화다.

특히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의 역할을 분리한 ‘볼커룰(Volcker rule)'이 포함되면서 지난 1933년 제정된 ’글래스-스티글법‘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의 시행(2010.7) 이후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 시행과 투기적 거래제한 등 상당부분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신금융개혁법에 대한 월가의 저항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세부규칙들을 신속히 제정해야 하는데, 월가의 강력한 로비에 부딪히고 있다.

한편 ‘도드-프랭크법’을 ‘신금융개혁법’이라고도 말하는 것은 기존의 금융개혁법인 ‘글래스-스티글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20년대 들어 철도주에 대한 투기 등으로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상업은행(CB)이 투자은행(IB)의 돈 줄 역할을 하면서 투기를 가속화 시켰다. 이 폭주기관차(주식시장 과열)는 결국 과속으로 낭떠러지에 떨어졌으며, 결국 대공황(1929)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 같은 금융시장의 병폐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상업은행(CB)이 투자은행(IB)의 돈 줄 역할을 못하게 하는 강력한 ‘금융개혁법’을 도입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글래스-스티글법’이다. ‘글래스-스티글법’의 도입으로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약 50년간 3000포인트를 넘지 못하는 장기 박스권 장세에 갇히게 되었으며, 다시 기지개를 캔 것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 때다.

1980년대 들어 미국의 제조업이 위기를 맞자 월가에서는 이때다 하고 ‘글래스-스티글법’의 폐기를 위한 강력한 로비전에 돌입하게 된다. 레이건 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로비에 힘입어 금융규제는 점차적으로 완화되었으며, 다우존스지수도 오랫동안 갇혀있던 3000포인트 벽을 깨고 거침없이 1만포인트를 향해 진군하게 된다.

클린턴 정부 들어서는 거시경제 정책에 일대 수정이 가해졌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독일과 일본에 밀리자 제조업 대신에 금융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게 된다. 당연히 무역수지 보다 자본수지를 더 중요시 하게 되었으며, 더디어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글래스-스티글법’을 폐지(1999)하게 된다. 금융에 대한 규제가 완전히 걷어지자 2000년대 접어들어 미국의 주식시장 및 부동산 시장은 천문학적인 자금유입에 더해 과도한 레버리지 게임이 시작되면서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시장을 감시해야 하는 ‘3대 신용평가사’마저 ‘서브프라임모기지론’까지 A등급을 부여할 정도로 ‘복마전’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시장은 터지고 말았다. 2008년 금융위기로 다시 투자은행(IB)의 돈 줄 역할을 하는 상업은행(CB)의 레버리지 규제가 필요해졌으며, 2010년 7월 ‘신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종합해보면 미국에서 큰 위기의 단초는 항상 주식시장의 과열에서 시작되었다. 자본주의의 꽃은 주식시장이지만 적절한 규제를 통해 컨트롤 하지 않을 경우 끝은 항상 파괴적으로 나타났다. 자본과 월가는 기본적으로 탐욕적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게 탐욕의 본성이다. 이 탐욕을 절제하지 않을 때 비생산적인 요소에 의해 극심한 소득불균형이 발생하게 되며, 결국 모두를 파괴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미국의 대선기간 내내 이슈의 중심에 섰던 사회민주주의자 '샌더스'도 부의 극심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투자은행(IB)의 해체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월가의 존재방식은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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