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수소폭발을 막기 위한 핵심 안전설비가 격납건물 내 천공(穿孔)이 방치된 채 마구잡이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최고등급 안전시설의 '최후 방호벽'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수력원자력(한수원)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국내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피동형 수소재결합기(PAR, 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졸속·부실 공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격납용기 내부의 수소가 제거되지 않아 폭발한 것으로 밝혀지자 한수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0억원을 들여 국내 모든 가동원전 24기에 에어컨처럼 생긴 PAR를 총 604개 설치했다.
PAR는 원전사고가 수소폭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핵심 안전설비로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 시 별도의 전원 공급이나 조작이 없어도 자동으로 수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박 의원은 한수원을 통해 월성 3호기에 설치된 31대의 PAR 중 7대를 우선 점검한 결과 3대의 주변부에서 지름 15㎜, 깊이 47~59㎜ 크기의 홀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2013년 7월 PAR 설치 당시 작업자들이 앵커볼트가 제대로 박히지 않자 되메움 없이 다른 곳에 구멍을 뚫고 철수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보다 훨씬 크고 더 많은 홀이 다른 원전 격납건물 내부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지진 등 외부요인에 의해 충격이 가해진다면 작은 홀 주변부에서부터 균열이 발생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최후의 방호벽에 구멍이 뚫린 만큼 원인 규명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물론 모든 원전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