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연구개발 선두자 임성기 회장 숙환으로 별세
북경에서 경영능력 인정 받은 임종윤 대표 경영 본격화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한미약품 제공)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한미약품 제공)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였다.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한 임 회장은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며 회사를 1조원대 대형제약사로 키워냈다.

◇ 국내 제약업계에 R&D 중요성 결과로 증명해내

임 회장은 복제약(제네릭) 판매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던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연구개발(R&D)에 중요성을 결과로 증명해낸 장본인이다.

평소 임 회장의 지론이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인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임 회장은 R&D를 중요시했다. 그 결과 1989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하기도 했다.

타 제약사 대비 R&D 투자비중이 월등히 높았던 한미약품 뒤엔 임 회장이 있었다. 임 회장은 2010년 창사 이래 첫 적자가 났을 때도 R&D를 향한 투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뚝심이 빛을 발한 건 2015년이다.

2015년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와 총 7건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수조원의 계약을 체결했고 제약업계는 물론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아울러 국내 제약업계의 R&D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까지 이어졌다. 

임 회장은 회사의 이 같은 성과를 함께 노력해온 직원들과 함께 나눴다. 그는 이듬해 2800여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11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증여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한미약품은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로 들어설 전망이다.

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일찌감치 임 회장의 후계자로 내정돼 있던 만큼 승계에 관한 혼선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 대표의 한미사언스 지분은 최대주주인 임 회장(34.27%)을 제외하면 한미헬스케어(6.43%) 다음으로 3.65%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 북경에서 경영능력 인정…한미약품 사장으로 본격 경영 준비

미국 보스턴칼리지 생화학과를 졸업한 임종윤 대표는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곡분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해 2004년 북경한미약품 기획실장으로 승진했다. 그해 북경한미약품 부총경리(부사장)를 맡았고, 2006년 총경리(사장)에 오른다. 이후 북경한미약품 사장과 한미약품 신사업개발부문 사장, 한미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거친후 현재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을 맡고 있다.

북경한미약품의 성과는 임종윤 대표의 초고속 승진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대표는 입사 이후 사장에 오르기까지 6년이 걸렸는데 이는 100대 기업 오너2세들 가운데 가장 빠르다.

임성기 회장은 중국에 한미약품의 미래가 있다고 수차례 밝혀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미래를 장남에게 맡긴 셈. 임 대표는 북경한미약품의 실적을 끌어올리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한미약품 사장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2세 경영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여 진다.

지난해부터는 외부활동에도 나서면서 후계자로서의 대외적 입지도 다지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350여개 국내 바이오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임종윤 대표는 한미약품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의약품뿐 아니라 맞춤형 건강관리를 통한 예방과 치료를 연결하는 ‘토털 헬스케어’ 영역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성기 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미정이며 확정되는 대로 공개될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며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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