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국민 사과' 약속한 CJ대한통운, 22일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 사망 사실 알려져
과로사대책위 "고인 주로 야간에 근무하며 제대로 된 휴식 없어"
회사 측,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 단계적 투입하기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또 한명의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최근 사망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날은 지금까지의 택배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이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기로 한 날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CJ대한통운 운송노동자 A씨가 20일 밤 11시50분쯤 경기도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배차를 마치고 주차장 간이휴게실에서 쉬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21일 오전 1시쯤 사망했다”고 밝혔다.

A씨는 CJ파주허브터미널과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대형 트럭으로 택배 물품을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대책위와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사망 직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일요일이었던 18일 오후 2시쯤 출근해 다음날인 19일 정오까지 근무한 뒤 퇴근했고, 5시간 만인 19일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 근무하다 20일 밤에 쓰러졌다.

대책위는 “고인은 주로 야간에 근무하면서 제대로 된 휴식 없이 며칠 동안 시간에 쫓기듯 업무를 해왔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택배 물량의 급격한 증가로 평소보다 50% 이상 근무시간이 늘어났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망으로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도 13명으로 늘었다. 이 중 CJ대한통운 노동자가 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CJ대한통운은 잇따른 노동자 사망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22일 약속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이날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를 비롯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 오늘 보고 드리는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CJ대한통운은 우선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물량을 분담해 개별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전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건강검진 주기를 내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하기로 했다.

매년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CJ대한통운이 전액 부담한다.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한 체계적인 건강관리 방안도 마련한다. 건강검진시 이상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하고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협력해 연 3회 방문상담을 진행한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