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노동자 원거리 부당전출' 강행에 노동계 반발
"원청 SK브로드밴드는 구조조정, 하청은 중간착취"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16일 오후 국회 정문 앞 농성장에서 집단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은 16일 오후 국회 정문 앞 농성장에서 집단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소속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이 회사의 장거리 강제발령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집단단식에 돌입했다. 희망연대노조는 부당전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6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케비티지부 조합원 5명이 국회 앞 농성장에서 2차 단식에 들어갔다. 앞서 부당전보 당사자 2명은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가 12일차인 지난달 27일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중부케이블은 지난 6월 19일 전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8명을 100~120km 떨어진 천안·아산·세종으로 발령해 부당전보 논란이 일었다. 중부케이블은 티브로드 하청업체였으나 지난 1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희망연대 티브로드지부는 장거리 인사이동이 부당전보라고 판단, 인사이동 불가 의견을 냈지만 사측은 전출을 강행했다. 이들은 "지원자가 전혀 없었음에도 하청업체는 '중간착취'와 '인력감축'을 위해 인사이동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가운데 전주기술센터가 현재 가장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업무상 장거리 전보 발령 필요성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원청 SK브로드밴드가 전주기술센터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전주기술센터는 전국 22개 센터 가운데 AS업무 지연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4개월여 동안 매달 자비로 교통비 50만~100만원을 써가며 편도 3시간 거리(120Km)를 출퇴근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5개월여 동안 SK브로드밴드 및 SK텔레콤 본사, 전주지점, 전주기술센터에서 항의 피켓팅을 해오고 있고 여러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하며 지난 16일부터 노동자 5명이 2차 집단단식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청 SK브로드밴드와 하청업체 중부케이블 측에 '전주센터 복귀 후 월 1회 업무개선TF를 운영하면서 적정TO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양사 모두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며 "이 상황에서 노동자와 케이블 가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진짜사장 SK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는 협력업체의 고유 권한이고, 원청이 협력업체 인사권에 개입하는 것은 공정거래 및 근로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회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대고객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청으로서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케비티지부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SK브로드밴드 전주지사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케이블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훼손하고 노동인권과 가입자권리를 침해하는 SK브로드밴드를 규탄할 예정이다.

케비티지부는 지난 7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중부케이블을 상대로 부당인사발령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개별업체 인사권일 뿐 합병조건 위반이 아니다'라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1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유지'와 '복지향상'을 조건으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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