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CI
이마트 CI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139480)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이유에 대한 업계의 시각이 교차한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온라인을 중점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강화'를 위한 행보라는 의견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높은 몸값을 지불하면서 '승자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라는 의견의 공존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그룹은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은 연면적 9만 9000㎡ 규모로 매각 예상금액은 1조원대다.

이마트가 선택할 방식은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가 유력하다. 다만 이마트는 "매각의 검토 대상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업계는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추가 투자나 인수합병에 나서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섰다고 보고있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시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그룹의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180도 전환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이번 자산 유동화 추진을 그 행보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마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은 부동산 처분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 투자금을 마련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롯데그룹도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보유 지분 전량(15%)을 8300억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동산(5개 점포 및 물류센터 토지)을 롯데리츠에 양도해 약 7300억원을 확보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8615억원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자사몰인 롯데온의 경쟁력 강화와 이커머스 관련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진행되는 7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진행되는 7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가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을 너무 크게 책정한 결과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대금으로 5조원을 제시했으나 신세계는 이보다 낮은 3조4000억원 대에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인수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또한 비싸다는 평가가 이뤄졌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투자비와 소요시간을 고려할 경우 검토 착수 시 기대했던 것보다 시너지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시장 전반에서 비싼 몸값에 대해 우려가 등장하자, 이를 의식한 듯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확정된 뒤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히면서 현재의 이베이코리아가 아닌 이마트와 결합된 이베이코리아의 미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희망찬 미래를 마냥 꿈꾸기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평가가 다소 어두운 모습이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마트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유는 "인수비용이 양사의 시너지보다 클 것"이라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마트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며 "이마트는 대규모 투자로 향후 1~2 년 동안 금융 레버리지가 약화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이마트 본사 매각설까지 제기되면서 신세계가 유동성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세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637억원이다. 이에 신세계는 최근 이마트 가양점, 이마트 베트남, 이마트 별내점 주차장, 남양주 부동산 처분 등을 통해 약 9000억원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이베이코리아 매각금액이 3조4000억원대에 이르기에 여전히 1조5000원대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신세계 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 여러 곳의 은행 등으로부터 투자확약서와 대출 의향서를 받은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 확정된 사실이 없어 '이마트 본사 매각'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사실상 신세계가 대출을 통해 1조5000억원 가량을 조달한다면, 이는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 효과를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일례로 조달금리를 2.7%로 가정할 경우 신세계가 지불해야 할 연간 이자 비용은 400억원대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 850억원의 47%에 해당한다. 약 절반가량이 이자비용이 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 방식보다는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이 나을 것"이라며 "다만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의 시너지를 창출하려고 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 이마트의 주가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15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소식이 알려진 6월 25일 종가(16만5000원) 대비 7%가량 감소한 값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