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입관식에서 부인 손명순여사가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제14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투병 끝에 서울대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민주화를 이룩한 거산(巨山)의 별세 소식에 각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고(故)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모두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故 김 전 대통령의 삼녀 혜숙 씨는 "원래 아프지 않으셨는데 얘기(별세)를 듣고 충격을 받으셔서 손을 막 떠는 등 몸이 무척 힘들다. 평소에 춥다고 안하셨는데 춥다고 하신다"고 손 여사의 건강상태를 전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별세·건강 악화설이 돌고 있는 최근, 전(前) 영부인들의 근황은 어떨까. 故 최규하 제10대 대통령 이후 당선된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부인은 모두 생존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 전 재산 '29만원'뿐인 대통령의 부인 "그래도 행복해요"

1988년 03월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이순자 여사(오른쪽)가 미국 워싱턴 시내 일식집에서 생일축하잔치를 벌이고 있다.<사진출처=e-영상역사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는 1997년 추징금 선고를 받은 뒤 심적으로 편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현재까지 1100억 원 정도를 몰수당했지만 아직까지도 1105억 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1958년 백년가약을 맺은 뒤 올해로 결혼 57주년을 맞은 이들의 얼굴에 큰 근심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각종 행사에 동석하는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정정해 보이기까지 하다.

지난 3월에는 이 여사의 76번째 생일날 전 전 대통령과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한 언론사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과거 이 여사가 한 "우리는 항상 화장실에 달력을 붙여 놓고 생일 등에 빨간색으로 표시해 놔 잊지 않고 축하해 주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기념일에 맞춰 정장 차림으로 나온 이들은 서울의 한 한정식 집에서 갈비와 함께 와인을 음미했다. 선물을 건네고 난 후 전 전 대통령의 손은 이 여사의 손을 꼭 맞잡고 있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공개석상에서 커플 모자를 쓴 채 모습을 내비추기도 했다.

모교인 서울 대구 동구 대구공고 총동문회에 참석한 전-이 부부는 커플모자를 쓰고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등장했다. 서로 비슷한 색상의 선글라스도 착용한 이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당시 동문회에 참석한 참가자가 "각하님, 점점 더 젊어지시는 것 같다"고 말하자 이 여사가 "우리 각하 멋있죠.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대신 답하며 금슬을 자랑하기도 했다.

◆ '은둔형' 김옥숙 여사, 노태우 전 대통령 간호 중

1993년 02월 25일 손명순 여사(좌)와 김옥숙 여사(우)가 청와대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출처=e-영상역사관>

김옥숙 여사는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1988~1993)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노 전 대통령 임기 당시 단 한 차례의 인터뷰도 하지 않아 '은둔형 여사'로 유명세를 탔다.

그림자 내조를 해오며 언론에 노출하기를 꺼려한 그는 최근에도 언론에 포착되는 경우가 없다. 다만,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의 간호를 계속해서 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올해로 80세, 돼지띠다.

가장 최근 김 여사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은 지난 2013년 6월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벌과금(벌금, 과료) 미납 착수에 나서자 김 여사가 직접 대검찰청에 추징금 집행 관련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탄원서에는 노 전 대통령의 동생 김재우, 사돈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겨진 재산을 환수해 추징금 납부가 가능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2628억원이었다.

DJ의 유훈, 남북평화를 위해…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이희호 여사

광복 70주년을 열흘 앞둔 5일 오전 이희호 여사가 3년 7개월만에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들어서며 손인사를 하고 있다.

영원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맞수이자 '정치 9단'으로 통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현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한반도 및 세계평화, 빈곤퇴치 등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이 여사는 평화센터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자신만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93세의 나이, 노구를 이끌고 비행기를 타고 북한을 방문했다.

지방 순회도 마다하지 않는다. 10월 20일에는 전라북도 고창에서 열린 문화축제를 찾았고, '대중을 위한 김대중 대통령'을 주제로 열리는 사진전에 참석하기 위해 군산에 가기도 했다.

한편 이 여사는 23일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위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를 만나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22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명의를 통해 "김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대한민국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 봉하마을 지키는 '아름다운 봉하' 이사장 권양숙 여사

2007년 11월 7일 노무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왼쪽)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진과 여성문화창달에 기여한 인사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비추미 여성 대상 수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가졌다.<사진출처=e-영상역사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는 1973년 노 전 대통령과 결혼, 사법시험 준비를 도왔다.

지난 2013년 개봉된 영화 '변호인'에 등장한 배우 송강호의 아내 역을 맡은 이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2014년 1월에는 "(변호인을)안 보면 왕따가 될 것 같아 영화를 관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기리고, 묘역과 생가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현재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 방문객을 위해 관리를 하고 있으며 봉하음악회 등 문화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한편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경상남도 김해에 위치한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권 여사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 봉사에서 문화·해외로…김윤옥 여사

2010년 1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인도 anskriti 학교를 방문하였다.<사진출처=e-영상역사관>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교육학과를 졸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당시, 청량리 다일공동체 '밥퍼' 나눔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등 봉사 단체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잦았다.

2009년에는 한식 세계화 정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을 맡기도 했다.

반면 최근에는 시니어 패션쇼, 출판기념회, 연극 관람 등 문화 행사에 등장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작년 12월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세라즈마노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원장의 '메이킹 포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또 지난 5월에는 변도윤 전 여성부장관과 함께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에서 열린 시니어 패션쇼에 참석해 공연을 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며, 같은 달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연극 '페리클레스'를 관람하기도 했다.

한편 10월에는 이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퇴임 후 3년간 해외 일정을 이유로 18회나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특히 김 여사의 단독 해외 출국은 5회에 달했다.

◆ 60년 YS 내조 손명순 여사, 휠체어에서 부군상(夫君喪)

손명순 여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1951년 결혼해 64년동안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손명순 여사지만 김 전 대통령의 임종을 지키진 못했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22일, 오전 10시 30분이 돼서야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 휠체어가 필요 없었던 손 여사는 이날만큼은 몸을 가누기 위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삼녀 혜숙씨는 "평소 스스로 걸어 다니던 어머니가 휠체어를 탄 건 충격 때문"이라며 "원래 안 아프셨는데 얘기를 듣고(김 전 대통령 서거) 충격을 받으셔서 손을 막 떠는 등 몸이 무척 힘들다"고 손 여사의 건강상태를 전했다.

차남 현철씨도 "오늘 새벽 서거 당시에는 어머니에게 충격이 올 것 같아 아침에야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현철씨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손 여사는 "안 추웠는데, 춥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과거 손 여사는 가벼운 노인성 치매를 앓았다. 하지만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최근 정상 수준까지 회복했었다. 그러나 64년을 함께 살아왔던 인생의 동반자가 세상을 떠나자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병세가 도진 것이다.

손 여사는 5시간정도 빈소를 지키다 자리를 떠났다. 부축을 밭으며 몸을 일으킨 손 여사는 휠체어를 타고 장례식장 바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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