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에 자살하는 아이들, 국가-사회 뿌리가 흔들린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들 또한 자녀를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내지 못하겠다는 근심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점점 더 잔인해지고 교활해지는 학교폭력 앞에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큰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학교 갔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아이, 집단적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정신 이상을 호소하는 아이, 동급생에게 상납금을 내기 위해 부모의 지갑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던 아이, 심지어는 아직 꽃도 피지 않은 나이에 세상과 결별을 선택한 아이들까지.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를 그늘지게 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일그러진 아이들의 모습은 폭력이 난무하는 우리사회 현실의 반영이나 다름없다. 경쟁위주의 입시풍토, 가정환경, 폭력성 짙은 미디어 등 아이들의 폭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하나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와 사회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처벌과 규제만으로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에 따른 적절한 예방책과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한국정책신문>에서는 나라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는데 힘을 보태고자, 심층기획 첫 번째 시리즈로 학교폭력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학교폭력의 실태를 중심으로 각계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아낼 예정이며, 이를 통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제대로 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이제는 모두가 한 뜻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죽기보다 싫은 학교 가는 길, 지금 우리의 자녀는?

학교폭력의 실태는 매일 같이 각종 신문지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사연들은 국민적 공분까지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같은 소식들이 과연 남의 얘기일 뿐인가? 다른 아이들이 모두 그렇더라도 내 자식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에 따른 무관심은 당장 버려야 한다. 지금 내 자녀도 어디선가 피해자로서, 또 가해자로서 부모의 기대와 달리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A군은 학교 가는 일이 죽기보다 싫었다. 학교에 가면 매일 같이 동급생으로부터 폭행, 금품갈취, 괴롭힘, 언어폭력 등 갖은 위협과 협박을 당했기 때문이다. 가해학생은 지속적으로 A군을 툭툭 치고 손이나 옷에 침을 뱉으며 괴롭혔고, 다른 학생들까지 피해학생의 슬리퍼를 찢고 체육복을 가위로 자르는 등 괴롭힘에 가세했다.

알고 보니, 가해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괴롭힘에 동조하게 하여 가해자를 확산시키는 잔인한 행동을 했던 것이었다. 견디다 못한 A군은 결국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했다. 곧바로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뇌졸중이 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조직폭력배를 뺨치는 경우도 있다. 중학생 5명이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를 집단폭행하고 감금하는 등 괴롭힘 수준이 폭력배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경찰에 검거된 일이 있다. 이들은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친구 B군을 집단폭행한 뒤 B군이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이를 말했다는 이유로 다시 끌고 나와 사흘간 집단폭행했다. 특히 이들은 라이터로 옷 위에 불을 대는가 하면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 화상통화로 찍어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며 웃기까지 했고, B군이 가해자의 여자친구에게 ‘살려 달라’고 빌게 하는 등 극도로 잔인한 폭력을 행사했다.

학교 내에서 조직을 결성해 동급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상납 받는 등 조직폭력배의 행태를 그대로 닮은 경우도 있다. 일진들 사이에 짱과 행동대장 등 직책이 나눠져 있어, 동급생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상납 받아 온 것. 또 이렇게 상납 받은 금품은 선배 일진에게 또 다시 상납하는 구조였다. 1년간 상납액이 무려 700만원 이상이었으며, 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선배가 후배들에게 앵벌이까지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단합 및 세력유지를 위해 갈취한 금품으로 술값과 당구장, 노래방 비용 등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학생들의 경우도 학교폭력의 실태는 남학생들 못지않게 심각하다. 중학교 1학년인 A양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해왔다. 친구에게 힘든 학교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문자가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공개돼버렸다. 수치심을 느낀 A양은 유서를 남기고 학교 화장실 4층에서 투신자살했다.

극악무도해지는 폭력성, 사후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성세대들도 학교폭력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폭력은 있었고, 폭력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학교폭력에는 과거와 크게 다른 면이 있다. ‘학교’라는 공간,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간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도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흉악범죄나 다름없을 만큼 점점 더 극악해져 가고 있으며,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학교에서 교사들이 과거처럼 권위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학생 인권을 무시하고 교사로서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문제 학생들을 전혀 컨트롤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진 것도 문제다. ‘선생님이 무서워서라도 학교에서 사고 치기 어렵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몇 해 전, 교사가 수업 중인 교실에 문을 박차고 들어와 동급생을 칼로 찔러 살해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있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온 나라가 경악했던 그 때 그 사건이 지금 교실의 현실인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아이들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실제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지난 22일 공개한 ‘2012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44.7%가 자살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과 비교해 학교폭력 피해율은 18.3%에서 다소 낮아진 12.0%로 조사됐지만, ‘고통을 느꼈다’는 응답이 49.3%로, 33.5%를 기록했던 2011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폭력은 다소 줄었더라도, 가해 학생들의 폭력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살 충동이 높아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응답자 44.7%와 ‘고통을 느꼈다’는 응답자 49.3%는 거의 일치했다. 즉, 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느낀 학생 거의 대부분이 자살까지 생각해봤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조사결과는 단순히 ‘폭력을 당해서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청소년 전문가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좌절감이 원인”이라며 “학교폭력 피해 후 도움을 요청한 최초의 대상자가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 아무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관하는 제3자들도 또 다른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 중 33.8%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는 학생은 41.7%나 됐지만, 절반에 가까운 44.5%의 학생들은 피해사실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고 응답했다. 폭력을 방관한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30.6%가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라고 응답했고,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도 26.9%나 됐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민의식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아이들에겐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며 인성을 기를 수 있는 학교교육이 전개돼야 할 것이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에게는 그에 적절한 심리 치료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 간 튼튼한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또, 청소년 문제에 대한 실질적 전문가들도 더 많이 배출해 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범죄를 대함에 있어서 사후약방문식 처벌만이 능사가 될 수 없음을 지금껏 겪어 왔다. 학교폭력 문제에서 만큼은 처벌보다 아이들의 환경을 바꿔보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참고]학교폭력 사전 예방 체크 포인트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학교폭력 예방 종합포털사이트 ‘stop bullying’에 따르면, 다음의 경우들 중 상당수 해당사항이 있다면 학교폭력 징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 교사가 발견할 수 있는 징후
1. 수업시간 중에 발견할 수 있는 징후
- 지우개나 휴지, 쪽지가 특정 아이를 향한다
- 특정 아이를 빼고 이를 둘러싼 아이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짖는다.
- 자주 등을 만지고 가려운 듯 몸을 자주 비튼다.
- 교복이 젖어 있거나 찢겨 있어 물어보면 별일 아니라고 대답한다.
- 교복 등에 낙서나 욕설이나 비방이 담긴 쪽지가 붙어 있다.
- 평상시와 달리 수업에 집중못하고 불안해 보인다.
- 교과서가 없거나 필기도구가 없다.
- 자주 준비물을 챙겨 오지 않아 야단을 맞는다.
- 교과서와 노트, 가방에 낙서가 많다.
- 코피나 얼굴에 생채기가 나 있어 물어보면 괜찮다고 한다.
- 종종 무슨 생각에 골몰해 있는지 정신이 팔려 있는 듯이 보인다.

2.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발견할 수 있는 징후
- 자주 점심을 먹지 않는다.
- 점심을 혼자 먹을 때가 많고 빨리 먹는다.
-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교무실이나 교과전담실로 와 선생님과 어울리려 한다.
- 자기 교실에 있기보다 이 반, 저 반, 다른 반을 떠돈다.
- 친구들과 자주 스파링 연습, 격투기 등을 한다.
- 같이 어울리는 친구가 거의 없거나 소수의 학생들과 어울린다.
- 교실보다는 교실 밖에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

3. 등하교 시간 및 기타 상황에서 발견되는 징후
- 자주 지각을 한다.
- 자신의 집과 방향이 다른 노선의 버스를 탄다.
- 다른 학생보다 빨리 혹은 아주 늦게 학교에서 나간다.
- 학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
- 이전과 달리 수업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 수련회, 수학여행 및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 무단결석을 한다.
- 작은 일에도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르 반응한다.

▶학부모가 발생할 수 있는 징후
1. 학교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징후

- 학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
- 학원이나 학교에 무단결석을 한다.
-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학교를 그만두거나 전학을 가고 싶어 한다.
- 학용품이나 교과서가 자주 없어지거나 망가져 있다.
- 노트나 가방, 책 등에 낙서가 많이 있다.
- 교복이 더럽혀져 있거나 찢겨 있는 경우가 많다.
- 학교에 가거나 집에 올 때 엉뚱한 교통 노선을 이용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2. 친구 관계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징후
- 괴롭힘에 의한 다른 아이들의 피해에 대해 자주 말한다.
- 문자를 하거나 메신저를 할 친구가 없다.
-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는 일이 드물다.
- 친구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해하며 전화를 받지 말라고 한다.
-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자주 친구에게 빌려 주었다고 한다

3. 신체적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징후
- 몸에 상처나 멍 자국이 있다.
- 머리나 배 등이 자주 아프다고 호소한다.
- 집에 돌아오면 피곤한 듯 주저앉거나 누워 있다.
-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혼자 자기 방에 있기를 좋아한다.
- 학교에서 돌아와 배고프다며 폭식을 한다.

4. 정서적 행동적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징후
-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초조한 기색을 보인다.
- 갑자기 격투기나 태권도 학원에 보내 달라고 한다.
- 부모와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피한다.
- 쉬는 날 밖에 나가지 않고 주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며 게임을 과도하게 한다.
- 전보다 자주 용돈을 달라고 하며, 때로는 훔치기도 한다.
- 복수나 살인, 칼이나 총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 전보다 화를 자주 내고, 눈물을 자주 보인다.

▶ 부모나 교사가 발견할 수 있는 가해학생 징후
- 부모와 대화가 적고, 반항하거나 화를 잘 낸다.
- 반에서 특정한 아이들하고만 논다.
- 사주지 않은 고가의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친구가 빌려 준 것이라고 한다.
- 친구 관계를 중요시하며,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귀가시간이 늦거나 불규칙하다.
- 감추는 게 많아진다.
-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걸 두려워한다.
- 집에서 주는 용돈보다 씀씀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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