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15개 공사·공단·출연기관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제공=서울시청>

서울시가 서울메트로 등 15개 공사·공단·출연기관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다.

'근로자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는 제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서울시 본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근로자와 경영자는 소통을 통해 책임과 권한을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라며 "근로자이사제 도입으로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강화함으로써 투명한 경영,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이루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이 창출되는 선순환 경영구조 확립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관련 조례안을 이번달까지 입법예고하고 오는 8월 공청회 등을 거쳐 늦어도 오는 10월 근로자이사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 근로자 30명 이상 15개 공단·공사·출연기관 대상

근로자이사는 사업계획, 예산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참여한다.

또 근로자이사는 법령, 조례, 정관 등에서 정하는 제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예컨대 뇌물을 수수했을 때 공기업의 임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에 준하는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 대상은 근로자 30명 이상의 15개 공단·공사·출연기관으로, 비상임 이상의 3분의 1 수준, 기관별 1~2명이다.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되는 공사·공단·출연기관은 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인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서울의료원 △SH공사 △세종문화회관 △농수산식품공사 △신용보증재단 △서울산업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문화재단 △시립교향악단 △서울연구원 △복지재단 △여성가족재단 등이다.

하지만 출자기관인 서울관광마케팅, 근로자 30인 미만인 장학재단, 자원봉사센터, 평생교육원 등은 제외됐다.

근로자이사는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에 의해 임명된다. 응모 세부자격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관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들의 지위는 노동조합원이 비상임 이사가 됐을 경우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하며, 임기는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하는 3년이다. 무보수지만 이사회 회의참석수당 등 실비를 지급한다.

♦ "사회적 갈등 해소에 효과적"…OECD 가입 18개국 채택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 배경으로 △사회적 갈등비용 예방효과 △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규정, 회원국에선 이미 보편적으로 도입 △유럽의회,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효과 인정 △국내 제언 등을 꼽았다.

서울시는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수준이 OECD 27개국 중 2위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사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매년 최대 246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하나의 갈등 해소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는 또 근로자이사가 OECD에 가입된 유럽 18개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도입 중인 점도 강조했다.

현재 이 제도를 공공과 민간부문에 도입한 국가는 △독일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체코 △헝가리 △룩셈부르크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 14개국이다.

또 공공부문에만 적용하는 국가는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4개국이다.

이와 함께 시는 근로자이사제가 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는 점도 들었다.

시는 또 사회적기업육성법(제8조)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으로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 경제계 "경영권 침해 우려" Vs 박 시장 "경제민주화와 부합"

하지만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대해 법령을 위반하고 경영권을 침해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설명을 내고 "노동이사제는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매년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공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의 도외시한 제도로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부추기는 동시에 노조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오히려 경영 악화를 가져와 국민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일반기업으로 확대 적용 시 기업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고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자유경제연구원은 최근 개최한 노동정책세미나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노조 인사의 이사회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체계를 위협하는 월권행위"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일부 경제단체 등에서 우려한 문제제기에 대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제도화함으로써 위법소지가 없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으며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도 없다"고 밝혔다.

시는 지방자치법 제9조에 의거 '지방공기업의 설치 및 운영'은 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해당하며, 지방공기업법,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사, 공단 및 출연기관의 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권 침해' 우려와 관련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의 책임성과 주인의식을 강화해 거버넌스, 협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기본가치에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키워드
#N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