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짓는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뉴시스]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짓는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뉴시스]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만, 단기매매차익 반환 부담이 있는 대한항공에 대해선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되,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는 등의 '비경영참여' 방안을 모색한다.

1일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019년 제2차 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로써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한다"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비경영 참여적인 주주권 행사는 좀 더 최대한 행사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조금 더 준비된 다음에 논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이처럼 다른 결정을 내린 배경엔 이른바 '10% 룰(단기 매매차익 반환)'이 있었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영하는 근본적 목적은 국민연금 기금 수익성(확보)이기 때문에 10%룰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안이 더 악화한다면 단기매매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현재 (대한항공은) 그럴 단계까지 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10% 룰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예외를 요청했으나 최근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까지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도 '정관변경 주주제안'이라는 최소한의 방식으로 추진한다.

기금위는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하여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결원으로 본다. 다만 본 결원의 효력은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3년간 지속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토록 주주제안에 나선다.

대한항공과 관련, 기금위는 향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행사를 논의키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횡령·배임·부당지원행위(일감 몰아주기)·경영진 사익편취 등 법령상 위반 우려 ▲경영성과 대비 이사 보수 한도 과다 책정 ▲합리적인 배당정책 미수립·비공개 ▲최근 5년 이내 이사 및 감사 선임 시 동일 사유로 2회 이상 반대의결권 행사 등이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한다

기금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지난해 7월말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과 로드맵에 따라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오늘 결정이 향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결정과정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주주권 행사를 위해 기금위를 중심으로 위원들의 의견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 등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국민연금의 '경영참여'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분위기지만 국민연금의 첫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우려를 표했다. 

한진 측은 1일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으로 인해 한진칼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국민연금에서 정관변경을 요구해 올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전례 없는 수위로 대한항공 경영진에 대한 압박에 나서면서 경영권 표대결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예상하던 한진그룹 측은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

전경련은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 민간 기업에 최초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가 된다"면서 "이번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결정이 선례로 작용하여 경제계 전체로 확산되면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켜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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