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무위원회 금융위 금감원 국정감사

민생이냐, 대선이냐?  이달 8일, 9일 양일에 걸쳐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열렸다.

당초 정무위원회의 이번 국정감사는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서 상대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정치성, 폭로성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 돼 우려와 관심을 모았었다.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막상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감사장의 분위기는 최근의 경기여건과 국민여론을 의식한 듯 여야 모두 상대후보 검증보다 민생문제에 우선 순위를 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9일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전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비해서 대선후보 검증을 위한 질의의 수위가 한층 더 높아졌다.

▲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국정감사장 안내표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질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이날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여야의원들에 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차적인 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는 답변을 해, 저녁 보충질의를 시간에 이 문제를 다시 지적한 김기식의원과 김위원장 사이에 장시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을 관장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 해 달라면서도, 답변 내내 현재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은 "컨트롤 가능하며, 재정을 투입할 단계는 아니고, 컨틴전시(contingency), 비상 대책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여야의원들과는 사뭇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정부당국이 DTI, LTV를 높게 허용하여 '하우스푸어' 문제를 야기했다는 한결같은 의원들에 지적에 대해서 김위원장은, "DTI와 LTV는 내가 만들었으며 외국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

가계부채 문제 못지 않게 의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마이크로크레딧'이었다.  신용이 부족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인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각각의 상품에 대해서 저마다 대책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박대동 의원은 새희망홀씨대출의 문제점을, 민주통합당의 김기식의원은 미소금융 및 민간복지사업자 소액대출의 문제점을, 민주통합당의 김영주의원은 바꿔드림론의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해서 여야 의원들이 지적한 내용은 주로 실제 신용이 부족한 대상에게는 정작 대출의 기회가 돌아가지 않거나 이자율이 높다는 것이었고, 민간복지사업자 대출의 경우에는 금융경험이 적은 민간복지사업자에게 무이자로 대출된 재원이 7%이상의 높은 이자로 운용되고 있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민주통합당 김기식의원은 대학생 연체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미 연체중인 대학생들의 경우는 전환대출도 어렵다면서 대책이 특히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

여야 의원들의 민생질의는 가계부채 이외에도, 카드 수수료의 중소가맹점 부담문제, 체크카드의 수수료율 인하문제, 가계의 금리부담에 원인이 되었다는 은행들의 CD금리 담합 문제도 여야 의원들의 대책 촉구가 이어졌다.

특히,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에 피해를 입혔던 2008년 경 KIKO(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의 불완전판매와 저축은행사태 관련 질의도 국정감사장에서 새로운 측면에서 다시 문제 제기가 되었다.

▲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국정감사 보도자료

저축은행 문제도 당연히 피해갈 수 없는 민생사안이었다. 특히 민주통합당 김기식의원은  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저축은행에도 은행과 동일한 자산건전성분류기준이 적용될 경우 자기자본비율(BIS)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다면서 "금융당국은 2008년도에 부실저축은행을 즉각 구조조정하지 않고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매입 채권을 매입해주는 등 저축은행 부실을 키운 전례가 있다"며 저축은행 사태를 키우게 된 금융정책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정무위 여야의원들은 계열 보험사에 퇴직연금 등을 몰아주는 대기업의 '금융 몰아주기'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촉구했는데, 보험과 관련해서는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실손보험이 도마위에 올랐다.

실손보험이 의료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나머지 40%의 부분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빌미로 특정대기업계열 생명보험사의 국민건강보험 민영화 계획에 금융당국이 맞춰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하기도 했다.

무소속 노회찬의원은 은행이 타당한 근거도 없이 부과하고 있는 높은 대출 중도상환수수료와 자금조달비용이나 위험비용이 없는 데도 높게 책정되어 있는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며 관행적으로 방관해온 금융거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성 질의는 금융위원회보다는 금융감독원의 질의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8일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대선 후보 검증성 질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롭거나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인 근거가 제시된 것이 없어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0월 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는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비해서 보다 본격적인 대선후보 검증성 질의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박민식, 유일호 의원 등이 일반증인을 출석시켜 법무법인 부산과 부산상호저축은행과 문재인 후보와의 관련성을 제기했고, 민주통합당 김영주의원, 강기정의원 등은 박근혜 후보의 조카부부가 관련된 대유 신소재의 주식 부당거래혐의가 명백한데도 금감원이 봐주기를 했다고 주장했으며, 새누리당의 김용태의원 등은 안철수 후보의 '안랩'에서 발행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저가 인수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선후보에 대한 상대당 의원의 검증성 질의에 대해서 예전과 같이 고함을 지르거나 제지하는 의원이 전혀 없이 순조롭게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측에서 주가조작의혹을 거론하며 소환조사요구나 도덕적인 비난을 거세게 제기하였음에도 야당측에서 안후보를 거들어주는 의원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여야 의원의 가운데에는 전문성과 성실한 준비가 돋보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새누리당의 강석훈의원은 경제전문가로서, 민주통합당의 이종걸의원은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잘 사전에 준비된 도표 등을 빔 프로젝터로 제시하며 질의를 펼쳤다.

강석훈 의원은 경제학 교수 출신답게 경제논문을 발표하는 것과 같이 수치와 이론을 근거로 금융산업의 독과점구조와 과도한 수익, 가계부채의 문제를 제기했고, 이종걸 의원은 KIKO에 대한 은행측 변호인들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어려운 KIKO상품의 구조를 분석해 보여주면서 은행의 수익을 위해서 잘못 만들어진 KIKO상품의 부당함을 추궁했다.

▲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 임직원

일명 모피아의 관치금융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았는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민주통합당 김기식의원이 보충질의를 통해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통해서 법정관리 대신 워크아웃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관치를 하겠다는 의도라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안덕수의원이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은 감독체제개편을 목적으로 제출된 것이라면서 소비자보호기구의 설치방안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첫 국정감사였기 때문이었는지 많은 여야 의원들이 해당사안이 금융위원회의 사안인지, 금융감독원의 사안인지를 몰라서, 소관이 다르다는 답변 앞에서 질문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하루 쉰 뒤 11일에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4대강 담합사건'이라는 커다란 이슈가 기다리고 있고, 8일, 9일 금융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많은 여야의원들이 자료의 부족을 이유로 중요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를 감사 일정 막바지의 종합감사로 미루고 있어서,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는 감사일정이 모두 종료될 때까지 여야 간의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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