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론 '농부처럼 투자하라'
기업과 동행하며 성과를 공유하라.

주가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줄어들고 일본의 경제보복 여파가 확산하면서 국내증시는 이른바 ‘블랙먼데이’를 다시 경험했다. 주가가 급락할 때 공포감이 드는 것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에 임하는 투자자라면 한결 여유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치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 투자를 하라고 외치는 투자자가 있다. ‘주식농부’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다. 주식투자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을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통상 ‘성공한 전업투자자’나 ‘큰 손’들은 은둔자적 기질을 갖는 경우가 많다.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를 벌었는지,어떻게 벌었는지,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잘 말하지 않고 언론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주식농부는 사뭇 다르다. 그는 일단 책이나 강연, 언론 등을 통해 ‘농심투자법’이라는 자신의 투자철학을 열심히 설파하고 있다. 투자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정통 증권업계 출신이라는 점과 대단히 큰 부자라는 점도 다른 전업투자자들과는 차이가 난다.(책에서 저자가 스스로 밝힌 보유자산 규모는 1,500억 원 이상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앞서 추천한 폴 오팔라의 「기업가처럼 주식투자하라」와 데칼코마니처럼 핵심내용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농부의 마음’ 혹은 ‘기업가의 자세’로 어떻게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돈, 일하게 하라

-주식농부 박영옥 지음, 프레너미, 2015


주식농부의 농심투자법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2010)」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다음의 8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1)주식도 농사라는 마음으로 임하라. 2)기대한 수익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3)사업체를 운영한다고 생각하라. 4)꾸준한 관찰과 소통을 고수하라. 5)자기만의 가치 기준을 세워라. 6)위기 이후를 보는 혜안을 길러라. 7)계란은 확실한 바구니에 담아라. 8)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라.

대가들은 서로 통한다는 말처럼 주식농부의 투자원칙은 워렌 버핏이나 폴 오팔라처럼 성공한 가치투자자들의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때를 알고 조급하지 않고 장기투자 한다는 점,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가처럼 투자한다는 것, 지나친 분산투자를 경계하고 집중투자하는 태도, 아는 곳에 투자하는 원칙 등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투자란 무엇인가

‘투자란 무엇인가?’ 자신만의 투자법을 찾기 위해 투자자들은 이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그리고 날마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주식농부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주식투자는 기업과 소통하고 동행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것이다.”

개념정의와 방법은 다를지라도 투자란 결국 어떤 자산(기업)을, 언제 사서, 언제 팔 것이냐의 3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주식농부는 이 과정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어떤 기업을 선택할 것인가?

‣기업가 정신을 가진 동업자에게 돈을 맡겨라

경영자의 선택이 곧 기업의 미래다. 현재의 경영진이 경영을 시작한 이후 기업이 꾸준히 성장해왔는지 봐야 한다. 그가 전문경영인이라면 이전에 있었던 회사에서의 성과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성장을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배당도 경영자(또는 대주주)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배당을 많이 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주주를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를 찾아라.

‣이해하는 업종에 투자하라

투자자는 남의 말만 믿고 투자해서도 안 되고 자신이 잘 모르를 사업에 투자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업종이나 직업에서 기업을 찾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모르는 업종에 투자하려면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를 하려면 어느 수준까지 알아야 할까. 그 회사 사장과 기업경영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심심한 종목을 찾아라

내가 IMF사태 이후 주식농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서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소외된 심심한 종목 이었다. 거래량도 많지 않고 등락 폭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여유를 가지고 공부하면서 천천히 매수할 기회가 있었다. 주식투자를 해놓고 손에 땀을 쥐고 있다면 이미 그릇된 길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주가변동으로 심장이 벌렁거린다거나 스릴을 느끼는 위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각 멈추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단순한 기업에 투자하라

나는 단순한 기업이 좋다. 단순함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는 기업원리의 단순함이다. 지금까지 주로 중소, 중견 기업에 투자한 이유도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준은 수익구조의 단순함 이다. 얼마의 원가를 들여 제작하고 얼마나 팔며 얼마가 남는지 명쾌하게 볼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기업이 좋다. 세 번째는 독립성이다. 특정기업에 종속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업은 기업의 생사가 다른 회사에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완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와 직접 승부하는 기업이 좋다.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저자는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가진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기업이 쉽게 침범하기 어려운 독점적 지위나 특허권, 경쟁우위 등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 한 바 있다. 워렌 버핏 역시 “내가 투자에서 하는 일은 경제적 해자로 둘러싸여 철통 방어되고 있는 성을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언제 살 것인가?

주식농부는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의심을 제거해 가는 과정을 투자의 과정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한 탐색기간이 대략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보통사람 이라면 주식을 두세 번 샀다가 벌써 팔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일단 관심 있는 기업이 있으면 조금 주식을 사고 그 기업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다. 기업에 대해 파헤쳐보니 그저 그런 기업이라면 투자를 철회(매도가 아니라 철회라는 표현을 썼다)하고, 정말 좋은 기업이라면 그 때 과감하게 대규모 매수에 나선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뱃속에는 황금알이 없다. 잠깐 봐서는 매화나무인지 잡목인지 모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 때가 되면 날아 가버릴 철새인지 모른다. 그래서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켜보면 때를 알게 되고 때를 알면 기다릴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매도할 것인가?

“진정한 투자자라면 기업의 가치를 판단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1~2년을 지켜본 뒤에 그 기업의 적정 주가를 판단한다. 매수 후 목표주가에 도달하면 매도하는데, 기업의 전망이 긍정적이면 더 보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원칙에 의해 매수 후 매도까지의 기간은 평균적으로 3~4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목표로 하는 수익률에 대한 언급도 있다.

“나는 10여 년 동안 평균 50%의 수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50%의 수익률은 결과일 뿐 목표수익률은 아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수익률은 20%다. 몇 년 동안 공부하고 기업과 소통하면서 들이는 노력으로 따졌을 때 10%는 너무 적고, 30%는 너무 높다. 저평가된 기업, 앞으로 성장할 기업에 제대로 투자한다면 20%의 수익은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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