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업체에 "고객 보험금 깎아야 좋은 평가"
금감원, 개선사항 31건 등 무더기 제재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현대해상(001450, 대표 조용일·이성재)이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결과 무더기 제재를 받게 됐다. 특히 보험사에 유리하도록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것 처럼, 자회사를 통한 ‘셀프 손해사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현대해상에 경영유의 4건과 개선사항 31건 제재를 내렸다. 

제재안에는 일반보험 해지환급금 계산방법 규정 미흡,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대한 보험금 심사업무 불합리 등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문제가 상당수 담겨 있었다. 

특히 현대해상은 자회사인 위탁 손해사정업자에 대한 성과평가지표(KPI) 제도를 운영하면서 보험금 삭감액이 해당 지표 산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손해율, 실수리표준손해액, 부당청구조정실적 등의 항목을 반영하고 있었다. 

금감원 측은 “이런 성과지표는 위탁 손해사정업자에게 보험금 삭감 또는 면책 유인으로 작용해 공정한 보험금 지급심사 및 손해사정 업무가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사정이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를 조사해 손해액을 평가·결정하고 지급보험금을 계산하는 업무를 말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손해사정사가 자신과 이해관계를 가진 자의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조항을 둬 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사를 통해서는 손해사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실상 보험사는 자회사를 통한 ‘셀프 손해사정’이 가능한 셈이다. 대형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을 자회사에 높은 비중으로 위탁해 처리하는 구조로 이어졌고, 보험사에 유리하도록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감원은 현대해상 위탁 손해사정업자의 보험금 지급 업무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점검하는 과정도 미흡하다고 봤다.  

현대해상이 자회사 손해사정에 장기보험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면서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1회 보험금이 5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인 위탁계약 건의 5%에 대해 보험금 지급 전 간이심사(전산심사 및 표본심사)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1월~2020년 9월 실제 점검 건수를 확인한 결과, 심사 건 비율이 5%를 충족하지 못했다. 심지어 현대해상은 지침 상 간이심사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의료자문제도에 대한 문제도 적발했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가 과잉진료나 보험사기 등을 걸러내 보험금을 적정하게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이 제도도 보험사에 유리하도록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보험사 의료자문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제3 전문의료기관에 보험사 비용으로 추가 의료자문이 가능하다는 점을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현대해상은 제3 의료기관을 선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도록 정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절차 및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관련 내용을 안내받지 못한 소비자의 사례가 확인됐다. 

또 특정 자문의사에 의료자문이 편중되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자문의사 1인당 자문건수가 월 20건을 초과하지 않도록 점검해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2월~2020년 9월 기간 중 특정 자문의사의 자문건수가 월 20건을 초과하는 경우가 몇 차례 발생했고, 의료자문 상당수가 일부 자문의사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금감원 측은 “의료자문 결과 및 제3 의료기관에 대한 자문 안내절차를 강화하고, 특정 자문의사에 대한 자문건수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의료자문 관련 업무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