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계약금 받고 잔금 전 계약 해지 요구
법원, "산은, WCP CB 처분 금지" 결정, 이베스트조합 손 들어줘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더블유씨피(WCP) 전환사채(CB) 매매 거래를 둘러싼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과 이베스트-BEV신기술조합(이하 이베스트조합)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9일 이베스트조합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고홍석 부장판사)는 이베스트조합이 산은을 상대로 제기한 WCP CB 처분 행위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산은이 양도, 질권설정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베스트조합은 50여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산은이 보유한 WCP CB를 약 8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7월 8일 계약금 60억원을 납부했고, 7월 29일 잔금 지급 후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잔금 지급을 이틀 앞둔 7월 27일 산은은 WCP의 우선매수권 행사를 이유로 돌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우선매수권은 자산 소유자가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WCP가 우선매수권 대상자로 지정한 곳은 키움캐피탈이 업무집행조합원(GP)인 신기술조합이다. 산은은 이미 키움캐피탈조합과 매매 거래를 마친 상태다. 

이베스트조합은 산은의 일방적인 통보가 부당하다며 계약 해지 요구를 거부했다.

이베스트조합 측은 “양사가 상호 합의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우선매수권 미행사 조건은 매도인의 선행조건이 아니라 매수인의 선행조건”이라며 “매수인은 이를 포기, 면제할 수 있어 매도인의 채권 인도 의무는 지속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산은과 이베스트조합의 매매 계약이 원만히 종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베스트조합은 산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산은의 법적책임 등을 묻기 위한 정식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로펌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산은 관계자는 “계약서에 선행조건을 넣은 이유는 우선매수권이 행사됐을 때 이베스트조합 측이 손해 없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취지”라며 “우선매수권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도 모든 계약에 우선하는 매수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처분 인용 결정을 두고도 산은과 이베스트조합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이베스트조합이 신청한 일반 가처분의 경우 판사가 사실관계 확인 없이 신청인 주장만 듣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키움캐피탈조합 측과 매매가 종결된 사실을 판사가 알았더라면 인용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은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다. 

반면 이베스트조합 관계자는 “산은 측에서 일반 가처분 소송과 특수 가처분 소송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이런 법률적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산은에 WCP CB 실물을 키움캐피탈조합에 양도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산은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산은이 채권 실물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을 뿐, 산은이 채권 실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를 이베스트조합이 아닌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WCP 입장에서 별다른 실익이 없어 보이는 우선매수권 행사를 두고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WCP CB 매각을 추진 중인 또다른 투자자 노앤파트너스는 산은 출신 노광근 대표가 설립했는데, 최창민 키움캐피탈 대표 역시 산은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베스트조합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의 지분율 확보 등 특별한 이유 없이는 행사하지 않는 권리인데, 이번에는 제3자를 지정할 어떤 명분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여러 억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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