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출처=cc0photo>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호텔롯데 상장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거래소의 이번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은 호텔롯데 1개 기업의 상장을 위한 '주문형 개정'이라는 의혹이 있어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보호예수제도를 합리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3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거래소 규정은 상장 추진 기업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6개월간의 의무보호예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의무보호예수란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후 대주주 등의 지분 매매를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지분율이 5% 미만일 경우 동의 없이 상장할 수 있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거래소는 이번에 예외 규정 범위를 5% 이상으로 넓힐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호텔롯데를 상장해 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 주주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동의를 얻지 못해 상장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처럼 거래소가 시행세칙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호텔롯데 상장에 따른 득이 많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규정대로라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동의가 필요했다"면서 "개정 이후엔 신 전 부회장의 동의 없이 상장 추진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 거래소 무리한 상장 추진 '논란'

하지만 일각에선 "거래소가 재벌대기업의 상장을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거래소의 이러한 태도는 '대기업 프렌들리'란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 중이거나 상장한 기업들에겐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소외감을 줄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공공성'과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거래소는 올해 상장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상장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올해 코스피에 상장하는 기업은 20여곳이고, 코스닥(스팩 포함)에도 140여개 기업이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거래소는 총 72개의 기업(스팩 포함)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바 있다.

최경수 이사장은 직접 기업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 4월 온라인·모바일 게임업체인 더블유게임즈를 방문해 나스닥이 아닌 코스닥에 상장해 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거래소가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거래소는 공공기관 해체 직후 금융위와 협약을 체결하기로 정관을 변경했다. 이 협약에는 경영평가를 금융위로부터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방만 경영' 재발 우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목표치만 맞춰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게 되면, 상장 심사가 허술해질 수 있다"면서 "결국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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