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이선영 기자]

일본 영화계의 ‘현재 진행형 거장’ 하라다 마사토 감독이 ‘제 12회 서울충무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자신의 작품 ‘배드 랜드’(Bad Lands)가 초청돼 기자 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전도연과 송강호에게 ‘러브콜’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지난 10월 31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배드랜드’ 기자 간담회 및 상영회 참석 차 내한했으며 이날 현장에는 하라다 유진 프로듀서, 양윤호 집행위원장, 김아론 프로그래머도 함께했다. 

1979년 ‘안녕, 영화의 친구여: 인디안 썸머’로 데뷔해 ‘뛰어드는 여자와 뛰어나가는 남자’, ‘일본패망 하루 전’, ‘세키가하라 대전투’, ‘검찰 측의 죄인’, ‘헬 독스’ 등을 만든 하라다 마사토는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양윤호 집행위원장이 한국영화의 산실인 충무로의 의미와 서울충무로영화제의 연혁을 소개하자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만든 충무로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 초대받아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아들이자 프로듀서인 하라다 유진 역시 “현역 영화인이 영화제 집행부로 일한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아론 수석프로그래머는 “한국에서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초고령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심도 있게 표현한 매우 가치 있는 작품”이라며 ‘배드랜드’를 폐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배드 랜드’의 원작은 쿠로카와 히로유키의 ‘경초(勁草)’란 소설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인 안도 사쿠라와 큰 팬덤을 가진 아이돌 겸 배우 야마다 료스케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은 작품. 범죄 서스펜스 장르인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특수 사기에 가담한 남매로 분해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고발한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남자였던 주인공을 여자로 바꿔 근친상간 등 혈육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보여줌으로써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배드랜드’의 기획 의도에 대해 “‘배드랜드’는 나쁜 부모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일본 전체가 ‘배드랜드’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영화의 메시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살아남고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주인공 네리가 노인에게 친절한 부분이나 선한 마음이 있는 부분이 원작과 다르다. 많이 가진 자가 갖지 못한 자들로부터 빼앗는 내용이지만 ‘중간층’인 네리가 ‘빈곤층’의 편에 서서 선한 마음을 베푸는 부분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안도 사쿠라와 야마다 료스케,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에 대해 “료스케 배우의 경우, 1860년대 배경의 ‘타올라라 검’에서의 연기가 마음에 들어 현대극에서 한 번 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영화의 배경이 오사카인데 료스케 배우가 오사카 사투리를 전혀 할 줄 몰랐고 사투리 지도를 하며 역할을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사카 사투리가 가능한 여배우들 중 스케줄이 맞는 배우가 없어서 크랭크 인 한 달 전까지도 배우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안도 사쿠라가 캐스팅을 결정했는데, 안도 사쿠라가 매력적이고 훌륭한 배우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났을 때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안도 사쿠라를 칭찬했다. 나아가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안도 사쿠라는 종일 대본 리딩을 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충실한 연기로 안도 사쿠라만 할 수 있는 배역으로 만들었다”며 안도 사쿠라의 연기 열정도 극찬했다.

“치안이 안 좋고 노숙자도 많은 일본 오사카 거리를 실제로 잘 재현했는데 어떻게 취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실제 장소는 재정비돼 영화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오사카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히코네라는 지역을 찾았고 현장에 실제로 계시는 분들과 프로 배우들을 섞어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함께 하고 싶은 한국 배우가 누구인지”라고 묻자, 그는 단박에 “전도연”이라며 “이 영화관에 걸려 있는 전도연 씨 포스터를 보고는 ‘아, 이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얘기로 송강호 씨도 함께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줄줄이 나오는 한국 배우들 이름에 옆에 있던 하라다 유진 프로듀서가 “이러다가 한국 배우 3분의 1과 일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또 “요즘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다”며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 애청자다. 출연자들의 표정, 표현력 등에 놀랐다. 이들과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K콘텐츠 애청자’임을 인증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배드 랜드’의 상영 및 무대인사, 감독과의 대화는 11월 1일 저녁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폐막식과 함께 진행된다. 예매 및 자세한 정보 확인은 공식 홈페이지(cff.kr)에서 할 수 있다.

사진 제공=서울충무로영화제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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