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종판결 10월 초로 예정…양사 합의는 안갯속
SK이노, 국내외서 잇단 패소 '악재'…미국 내 여론 악화도 부담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왼쪽)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뉴시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왼쪽)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에 대한 미국 ITC의 최종 판단이 10월 초 나올 전망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물밑 협상작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LG화학이 양사 특허소송과 관련해 ITC에 SK이노를 제재해달라고 최근 요청하는 등 합의는 요원하고 갈등은 격화하는 모양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28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양사 특허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에 대한 제재 요청서를 제출했다.

LG화학이 2019년 4월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자 SK이노는 같은 해 9월 LG화학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겉으로는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배터리 소송이 별개로 진행되는 건이지만 실상 LG가 제기한 소송의 ‘맞소송’격인 셈이다. 

SK는 LG가 자사 배터리 특허(특허번호 994)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28일 LG가 제시한 요청서의 골자는 ‘SK의 944특허는 LG의 배터리(A7배터리) 기술을 침해해 개발한 것으로 신규성이 없으며 SK가 관련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는데 주된 이유는 증거훼손이었다. 지난해 11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모독 행위를 벌였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것을 수용했다. 

LG화학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더해 특허소송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좋지 않다.

ITC가 SK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조기패소를 재검토 중이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최종 결론에서도 예비패소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SK는 사실상 수조원을 투자한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도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LG화학이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법적 분쟁에서도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의 신뢰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미국 내 여론 악화도 악재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과정에서 한국인 노동자 불법 취업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 더그 콜린스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그동안 조지아주는 ITC에서 진행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서 SK를 지지해왔다.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지자 일자리 타격 등을 우려해 콜린스 하원의원 등은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를 막아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SK가 최종 패소할 경우 기댈 수 있는 남은 카드는 자국 내 일자리 보호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콜린스 의원이 등을 돌릴 경우 미국 내 SK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LG화학과의 합의는 교착상태다. 합의금 수준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 어림하고 있는 합의금 규모는 최대 2조원 가량인데 배터리사업에서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SK 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등의 악재로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2.2조원 적자를 내는 등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규모의 합의금은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다며 버티고 있다.

LG화학은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나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다만 양사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합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 판결 이내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세계 6위를 차지하면서 10위권 내에 안착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LG화학과의 마찰이 장기화되며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의 미래먹거리로 평가 받는 ‘K배터리’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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