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최종판결 두 차례 미뤄 대선 이후인 12월10일로 연기
소송 결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고심한다는 해석도 나와
LG화학 "대화의 문 열려있다"…SK이노 "조속히 분쟁 종료할 수 있길"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12월로 연기하면서 양사 합의 여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달 반 상당의 시간을 벌게 된 만큼 소송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합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최종 판정을 오는 12월10일로 45일 연기했다. 당초 ITC는 이달 5일 최종 판정을 내리기로 했으나 26일로 한차례 연기한 데 이어 또 한번 결정을 미룬 것이다.

ITC는 이날 위원회 투표를 통해 재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그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TC가 재차 판결을 연기하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GM과 손잡고 미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을 들여 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소재를 미국에 들여올 수 없게 된다. 사실상 미국에서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미국 내에서도 ITC 최종판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실제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나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포드,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SK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처럼 이번 소송 결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ITC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앞서 1차로 21일 연기한 데 이어 추가로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본 사건의 쟁점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런 견해에 힘을 실었다.

반면 LG화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ITC가 판결을 연기한 것으로 보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LG화학은 “최종결정 연기와 관련해서는 최근 2차 연장되는 다른 사례들이 생기고 있어 코로나 영향 등으로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양사가 최종 판결 이전 합의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조기패소 판결을 받았던 SK이노베이션은 물론 배터리 분사, 코나 전기차(EV) 화재 등 민감한 이슈에 얽혀있는 LG화학 역시 소송을 오랜 기간 끌고 가는 게 부담일 수 있어서다.

양측은 이번 ITC 연기 결정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놓았지만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LG화학도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면서 “더불어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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