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의 금융발전지수 <제공=IMF staff estimates>

지난해 9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87위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국제통화기금(IMF)이 평가한 한국의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발전 수준이 전세계 183개국 중 6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분야별로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수는 세계 1위를 차지했고, 금융시장의 발전 지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면서 이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7일 소개한 'IMF 금융발전지수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금융발전 수준 평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IMF가 금융발전지수를 토대로 183개국(2013년 기준)의 금융발전 수준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의 금융발전지수는 0.854로 전체 6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 평균치(0.718)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IMF의 '금융발전지수'는 각국의 금융기관과 시장의 자산·거래 규모를 측정하는 '심도지수', 개인·기업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접근성지수',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측정하는 '효율성지수' 등 3개 부문의 20개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가중평균을 통해 산출한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금융발전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은 스위스(0.951)였다. 이어 호주(0.890), 영국(0.882), 미국(0.877), 스페인(0.860) 순으로 선진국들이 한국보다 앞섰다.

일본은 한국보다 2단계 낮은 8위를 기록했고 프랑스 11위, 독일 14위 등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33위였다. WEF의 금융시장 성숙도 조사에서 81위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앞섰던 우간다는 이번 조사에서는 160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 34개국 중에서도 한국의 경우 전체 평균치(0.667)를 크게 웃돌며 6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번 평가는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조사된 결과로 지난해 발표된 WEF의 평가 결과와는 차별화된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해 WEF의 평가에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는 87위로 전년(80위)보다 7계단 하락하면서 대다수 선진국 및 신흥시장국은 물론 나미비아(50위), 우간다(81위), 부탄(86위) 등 대표적 저개발국가보다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에 당시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개혁을 주장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국민 담화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후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WEF의 평가는 각국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단순한 만족도 조사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각국마다 기대수준이 달라서 국가별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다"며 "국가간 객관적 비교가 곤란한 지표로 순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금융 평가지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이나 주식시가총액 등 금융부문의 규모적인 측면만 따졌던 것과는 달리 금융발전지수는 성인 10만명당 은행 지점수, 금융기관의 순이자마진, 주식시장의 회전율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 정도를 측정한 점이 특징이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의 금융기관 발전지수(0.789)가 전체 16위로 선진국 평균치(0.783)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시장 발전지수(0.902)는 전체 2위를 차지하며 선진국 평균치(0.640)를 압도하는 수준을 보였다. 주식거래가 활발한 한국에서 금융시장 효율성 지수(전체 1위)가 높게 나타난 영향이다.

다만 한은은 IMF의 평가지표에 대해 모든 국가에서 입수 가능한 단순지표를 바탕으로 한 점, 금융혁신이나 금융서비스의 다양성, 금융국제화 등에 대한 평가가 미흡한 점 등이 한계로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금융발전 수준이 과대평가 됐을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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