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사업을 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조합원들이 출자한 것처럼 설립해 속칭 '사무장 병의원'을 운영하는 행태를 놓고 강력한 제재조치가 가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의 세부 규정을 마련,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생협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질병 예방활동, 방문진료 등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으나 느슨한 설립기준과 관련 규제로 인해 의료생협이 이사장 등 특정개인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해왔다.

이에 공정위는 의료생협과 관련한 탈법적 행위를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감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대폭 손볼 예정이다.

지인의 명의를 빌려 조합원을 구성하고 의료생협을 인가받은 후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 등을 편취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생협 설립인가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조합 발기인 수를 기존 300명에서 500명으로 늘리고 총 출자금액을 3000만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의료기관을 추가 개설할 때도 강화된 설립인가 요건을 충족하도록 해 의료생협의 탈법을 억제하고자 했다.

또 의료생협의 조합원 1인당 최저 출자금액을 취약계층에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사회적협동조합과 동일하게 5만원으로 규정했다.

더불어 의료생협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차입금 최고한도를 출자금 납입총액의 2배까지로 정했다. 이사 등 특정인에게 고액을 빌린 뒤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잉여금을 탈취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사장의 가족들이 이사로 취임해 고액의 급여를 수령하는 등의 폐단도 없앤다.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친인척 관계를 공정거래법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임원이 전체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아울러 의료생협 인가 및 감독에 필요한 사실관계(의료법 위반 여부 등) 확인 업무를 국민건강관리보험공단에 위탁하도록 했다.

시행규칙에서는 의료생협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명칭표시판, 처방전·진단서·증명서에 의료생협의 명칭도 함께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한편 공정위는 입법 예고 기간인 오는 5월 23일까지 각계 의견을 들은 뒤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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