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래처 끼워팔기도···'산업·기업은행' 국책은행이 더 심해

2019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금액 및 수익률 (자료=윤관석 의원실 제공)
2019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금액 및 수익률 (자료=윤관석 의원실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이 대기업 그룹 소속 금융사에 몰아주기 형태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현대차증권과 삼성생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계열사 가입액 비중은 각각 87.5%, 61.7%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삼성화재(37.8%) △하나금융투자(33.1%) △신한생명(25.0%) 등 순이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5년 업계 자율결의를 통해 계열사 몰아주기를 50%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지만, 이를 위반해도 별도의 제재는 없는 실정이다.

은행의 경우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과 KDB산업·IBK기업은행에 퇴직연금 운용관리를 맡긴 회사 중 이들 은행에 대출이 있는 회사의 비중은 50.2%로 집계됐다.

특히 산업은행(71.5%)과 기업은행(66.9%) 두 국책은행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두 은행의 수익률은 전체 퇴직연금 운용관리 금융사 42곳 중 하위권에 그친다. 2019년 말 기준 기업은행의 수익률은 40위, 산업은행 31위였다.

주요 은행들의 퇴직연금 가입회사 중 대출 있는 회사 비율 (자료=윤관석 의원실 제공)
주요 은행들의 퇴직연금 가입회사 중 대출 있는 회사 비율 (자료=윤관석 의원실 제공)

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권사나 보험사에 비해 대체로 낮지만, 점유율은 줄곧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은행이 퇴직연금 상품 경쟁력보다는 기업대출 영업망에 의존해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은행의 끼워팔기 관행 역시 은행업 감독 규정상 제재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퇴직연금 시장 자체에 수익률 경쟁 등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내 퇴직연금의 장기수익률은 1~3%대에 불과하다.

윤 위원장은 “민간 퇴직연금 운용사들이 일단 가입만 시키면 가둬놓은 물고기나 다름없는 퇴직연금 시장 현실에 안주해 변칙적으로 가입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수익률 개선 경쟁에는 하나같이 성과가 없는 상태”라며 “국민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높아가는 만큼, 노후 대비 자금 마련과 직결되는 퇴직연금 시장 혁신에도 금융당국이 관심을 갖고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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