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보험금 깎거나 지급 거부 수단으로 악용돼 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금융당국이 그동안 말이 많았던 손해사정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9일 손해사정사 제도 개선을 위한 ‘보험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을 필수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 금융위는 손해사정 업무의 공정성·책임성 강화를 위해 손해사정협회가 표준 업무기준을 마련해 손해사정업자에 권고하도록 했다. 

100인 이상 대형 손해사정업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정하는 세부 업무기준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손해사정이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를 조사해 손해액을 평가·결정하고 지급보험금을 계산하는 업무를 말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손해사정사가 자신과 이해관계를 가진 자의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조항을 둬 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사를 통해서는 손해사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실상 보험사는 자회사를 통한 ‘셀프 손해사정’이 가능한 셈이다. 

지난 2019년 기준 보험사들은 손해사정 전체의 75% 이상을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 보험사는 위탁 업무의 100%를 자회사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에 유리하도록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해당 의혹은 금융감독원 검사 등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 6월 현대해상(001450, 대표 조용일·이성재)에 경영유의 4건과 개선사항 31건의 무더기 제재를 내렸는데, 해당 제재안에는 손해사정 업무를 통한 보험금 지급 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다수 담겨 있었다. 

현대해상은 자회사인 위탁 손해사정업자에 대한 성과평가지표(KPI) 제도를 운영하면서 보험금 삭감액이 해당 지표 산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손해율, 실수리표준손해액, 부당청구조정실적 등의 항목을 반영하고 있었다. 

금감원 측은 “이런 성과지표는 위탁 손해사정업자에게 보험금 삭감 또는 면책 유인으로 작용해 공정한 보험금 지급심사 및 손해사정 업무가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10월에는 DB손해보험(005830, 대표 김정남)이 ‘손해사정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금감원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DB손해보험이 손해사정 자회사 이외의 외부 손해사정업체에 장기손해보험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고 있으나, 외부 업체가 업무를 처리한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영유의 제재를 내렸다. 

금융위는 “입법예고는 오는 10월 19일까지 40일간 이뤄진다”며 “손해사정의 공정성·책임성 강화를 위해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활성화 등 손해사정 제도를 실효성 있게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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