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올해 3월 자율주행차 차량개발 방향 및 미래 스마트카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현대차>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중복되는 경쟁 분야가 별로 없었던 삼성과 현대가 이번에 자동차 전장산업에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하면서 반도체의 경쟁력을 살려 자동차 전장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미래 먹거리로 자율주행을 비롯한 스마트카 시장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여기에 긴장을 하고 있는 곳은 국내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이다. 특히 현대는 지난 2012년 스마트카 시장에 본격진출하기 위해 현대오토론을 설립해 삼성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삼성이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펼칠 미래 자동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자동차의 전자화로 인해 이미 예견돼 왔던 이 만남은 이제 협력과 경쟁의 경계의 서 있다.

◆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나 스마트카 생산을 목표로 삼을 수도"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구조개편 내용을 공개하고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전장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있는 삼성그룹 분위기에 역행해 새 팀을 만든 만큼 전장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전자장치 부품으로 차량용 카메라모듈과 무선통신모듈,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등이 해당된다.

삼성전자 측은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궁극적으로는 종합 집적형 차량용 반도체나 스마트카 생산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는 시스템의 두뇌로 불리는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삼성이 가진 반도체 경쟁력은 초기 사업 추진 과정에 강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스마트카가 전체 자동차의 7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아우디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향후 차량용 반도체 개발 분야에서 상호 협력키로 했으며 20나노 LPDDR4 D램과 10나노급 eMMC 5.1 낸드 메모리 제품을 아우디 차량에 공급키로 했다.

◆ 자율주행차 반도체 칩 개발 시작한 현대차 "예의 주시할 것"

현대차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의 반도체 칩을 직접 개발 하는 등 스마트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2012년 반도체 설계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운전자가 LTE 라우터가 장착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사진제공=LG유플러스>

반도체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3월 김재범 전 삼성전자 전무를 이 회사의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작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차는 현대오트론을 통해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삼성전자처럼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가 설계만 한 뒤 주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까지 스마트카, IT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과 현대차의 영업 부문이 겹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과 현대가 협력할 분야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9일 출시한 제네시스 EQ900에 자율주행 기술 중에 하나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을 탑재했다.

2020년까지는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해 양산차에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의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은 물론 구글, 애플과 같은 IT기업들 또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전기차 등의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가 전자·IT기술과 융합돼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 분야에 분명한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IT기술과 반도체에 분명한 강점이 있는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려온 현대차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 또한 "삼성의 전장부품 사업 진출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전장부품들은 현대차와 협력사가 10년 이상의 협력관계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삼성이 당장 이 시장을 공략하는데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복잡한 자동차분야의 인증을 통과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협력사의 굳건한 관계가 있어 삼성이 당장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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