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 前 농협양곡 대표이사가 선출됐다. 첫 호남 출신 당전자로 세 번의 도전 끝에 중앙회장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제공=MTN 캡쳐>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3선을 지낸 김병원 前 농협양곡 대표이사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임기 4년의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올랐다.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92명 가운데 289명이 결선투표에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치뤄진 1차 투표와 오후 1시에 치뤄진 2차 투표를 통해 김씨가 163표를 얻어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김병원 신임회장은 첫 호남 출신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이 됐다.

특히 김 신임회장은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잇따라 출마한 경험이 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회장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 김병원 신임회장은 누구?

전남 나주 출신인 김 신임회장은 전남대 대학원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나주 남평농협에서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장 3선을 지냈다.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특히 김 후보는 농협법을 개정해 농협경제지주제를 폐지하고 1중앙회 1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한 조합당 평균 100억원의 조합상호지원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2020년까지 RPC 60개소 지분을 인수해 농협쌀 시장점유율 60%를 달성한다는 공약과 함께 조합 출하물량의 60%를 책임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선거에는 김 신임 회장과 이 전 조합장을 비롯해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하규호(58) 경북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 박준식(76) 농협중앙회 상생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순재(51) 전 동읍농협 조합장 등 6명이 출마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1년 선거에 이어 간선제로 치러지는 두번째 선거로 김 신임 회장은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2015년 농협중앙회 결산총회 다음 날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 농협 구조 개편, 비리 근절 등...처리할 과제 만만치 않아

농협중앙회는 전국 1155개 농·축협이 가입한 연합조직으로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경제부문 매출도 연간 19조원(2015년 추정치)을 넘는다.

현재 농협 금융부문 자산은 342조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은행인 KEB하나은행과 맞먹는 규모다. 임직원만 8만여명에 달한다. 농협중앙회장이 '농민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유다.

새 회장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많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 비리 근절 등 산적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각종 뇌물과 특혜 등을 주고받은 혐의로 농협 전·현직 간부 25명을 적발해 10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중에는 계열사 대표와 현 회장의 최측근이 포함되어 있는 등 부패한 농협 경영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바 있다.

◆ 막강한 권력 가진 '농협중앙회장'...연봉만 7억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으로 실무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사회 의장 권한과 인사권, 지도감독권 등을 활용해 비공식적으로 농협은행과 농협유통, 농협사료 등 31개 계열사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다.

공식적인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하지만 이사회 절반이 조합장으로 구성돼 있는 구조상 중앙회장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동규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2013년 사퇴 당시 "농협중앙회장의 지나친 경영간섭에 사의를 굳혔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은 지역 농협에 지원하는 2014년 기준 8조6400억원 규모의 무이자자금(조합상호자금)을 활용해 조합장들을 장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농협에 지원하는 자금액은 심의회에서 결정하지만 심의회 역시 중앙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또한 물가안정대책의 핵심 카드로 쓰이는 '특별 수매'나 '특판 행사'는 농협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농림축산식품부도 농협에 의존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최원병 현 중앙회장의 지난해 기준 연봉은 중앙회에서 받은 연봉 3억6900만원에 농민신문사 회장 보수로 받은 3억4900만원을 합친 7억1800만으로, 공기업 사장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중앙회장을 보좌하는 비서만 13명이다.

선거를 앞둔 유력 정치인이 중앙회장을 찾을 정도로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력이 어느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 중앙회장의 권한을 크게 축소하고 명예직으로 전환했지만, 비공식적으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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