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원 인사 예정 시기보다 늦어져…내년도 경영 전략 수립 차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삼성그룹이 연말 잇따른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매년 12월 초에 있어왔던 임원 인사가 감감무소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장기화 되고, 현직 임원들이 실형을 받는 등 잇단 악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고 있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 전 계열사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는 12월6일 인사 발표를 했다. 올해 국내 4대 그룹(삼성·LG·SK·현대차) 중 삼성 이외에는 연말 정기 인사를 모두 발표했다.

지난 2016년 삼성은 국정농단 재판으로 연말 임원 인사를 건너뛴적이 있다. 이듬해 5월과 11월에서야 각각 임원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런 사례가 있어 올해 인사도 내년으로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임직원 8명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내부 자료를 없앤 혐의로 기소됐다.

오는 13일과 17일에는 각각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설립 방해 의혹 사건 1심 공판이 열린다. 두 사건에 연루된 삼성 현직 임원은 15명이다. 이 중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설립방해 사건의 경우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전직 삼성전자 인사팀장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현직 인사팀장인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32명이 재판에 넘겨져 이들의 선고 공판이 끝난 이후에 인사를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인사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이 부회장의 재판 장기화로 꼽힌다. 당초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올해 중 마무리 되고 내년 1월 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6일 3차 공판 결과 재판부가 추가 증인 신문을 위해 내년 1월17일 4차 공판기일로 결정해 결심 및 선고까지 감안하면 재판 마무리는 내년 2~3월 이후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3차 공판 때 이 부회장 측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거절할 수 없는 요구를 따랐을 뿐"이라며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반면, 특검은 이 부회장의 양형에 관해 "피고인에 대한 적정형량은 징역 10년8월에서 징역 16년5월 사이에서 재판부가 선택하는 게 적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인해 삼성 내부에서도 재판이 언제 끝날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분위기다. 재계에선 내년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당분간 경영 보폭을 좁히고 재판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 3차 공판에서 법원이 삼성의 준법경영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삼성은 이를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또 다른 정치권력에 의해 향후 똑같은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삼성 차원의 답을 다음 기일까지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준법 경영을 기초로 하는 조직 개편 및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또 인사 지연에 따른 내년 주요 사업 현안에 대한 경영 전략 수립도 미뤄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정기 임원 인사 이후에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12월에 가졌다. 하반기 회의에는 새로운 임원진들이 참석해 내년도 디바이스솔루션(DS)과 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주요 사업 부문별 현안과 목표를 점검하고 세부 전략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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