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디톡스, 스무살 생일 '자축'할 수 없는 이유
[기자수첩] 메디톡스, 스무살 생일 '자축'할 수 없는 이유
  • 이해선 기자
  • 승인 2020.06.04 17: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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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2000년 창립해 2006년 1호 국산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하며 ‘국산 보톡스 신화’를 이뤄냈던 메디톡스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창립 기념일은 지난달이었다.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을 법도 하지만 조용히 지나갔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용시술로는 보톡스를 꼽을 수 있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뿐 아니라 이제 지역별 지점을 둔 전문병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보톡스는 대중화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 국내 시장규모는 약 1000억원에 이른다.

본래 이름은 ‘보툴리눔 톡신’이지만 처음 국내에 소개된 미국 엘러간의 제품명인 ‘보톡스’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툴리눔 톡신의 ‘고유명사’처럼 굳어지며 현재 통용되어 쓰이고 있다.

하지만 보톡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접근성이 높은 시술종목은 아니었다. 1997년 대웅제약이 미국 엘러간의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들여올 당시 보톡스는 회당 수 십 만원에 달하는 고가였기 때문이다.

보톡스 대중화의 물꼬를 튼 기업을 꼽는다면 그것은 메디톡스라는 점에서 아마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메디톡스는 2006년 최초로 국산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을 출시, 3년만에 엘러간의 점유율을 꺾고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보톡스 대비 70% 낮은 가격임에도 품질은 그에 못지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였을 것이다. 1회당 10만원 이하로 낮아진 시술 가격에 접근성 또한 높아졌다.

이후 해외수출도 크게 늘어나며 ‘국산 보톡스 신화’를 이뤄내는 듯 했다. 한때 메디톡스의 주가는 80만원대까지 치솟았었다. 일각에서는 메디톡스 주가가 100만원을 넘을 거라는 예측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국내 허가취소라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메디톡신의 식약처 허가·승인 과정에서 자료조작이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가는 4일 종가기준 15만8700원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2016년부터 이어온 대웅제약과의 균주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의 예비판결이 한 달 뒤인 7월로 미뤄진 것도 메디톡스에게 좋은 조짐은 아니다.

이전까지는 ITC 소속 변호사가 메디톡스에 유리한 의견을 내놨다는 것이 알려지며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았다고 예상되어 왔지만, 최근 대웅제약이 ITC 측에 추가서류를 제출함에 따라 판결이 미뤄졌고, 그 이유에 대해 ITC 측은 “메디톡스의 불법행위 관련”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올해 메디톡스에게 닥친 위기상황을 지켜보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움 마저 느껴진다. 메디톡스는 국산 1호 보톡스를 개발해 내고, 세계 최초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인 ‘이노톡스’를 개발해 원조 보톡스 회사인 엘러간에 기술수출을 이뤄내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던 회사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20주년을 맞은 지금 왜 퇴출 기로에 서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메디톡스는 현재 서류조작 등 불법행위에 관해 인정은 하면서도 이는 일부 직원의 일탈 행위일 뿐 경영진은 알지 못했으며, 약물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허가취소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불법행위가 드러났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경영진은 사실 여부를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메디톡스는 줄곧 ITC 소송 승리를 확신하며, 그 결과가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제 소송의 승리도 불확실해 졌지만 만약 승리한다 해도 국내에 더 이상 메디톡스가 설 자리가 남아있을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쓸쓸한 20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았을 메디톡스가 올해 위기를 잘 이겨내고 부디 내년에는 성대한 창립기념일 행사를 치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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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2020-06-04 18:29:18
기러기에 낚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