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니콜라 지분 인수 포기하며 양사 협력 사실상 없던 일로
1000억원 이상 투자한 한화, 내년 4월까지 보호예수…고민 깊어질 듯

니콜라 트럭 뱃저 (사진=뉴시스)
니콜라 트럭 뱃저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사기 의혹에 휘말린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 지분 인수를 포기하면서 니콜라 초기 투자자인 한화그룹의 결정에 눈이 쏠리고 있다.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던 수소 사업에 변수를 만난데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해당 투자건에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김동관 사장은 최근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내년 4월까지 니콜라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한화가 끝까지 니콜라와 동행할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GM은 니콜라의 지분 인수를 포기했으며 함께 만들기로 했던 픽업트럭 ‘배저’ 생산 계획도 무산됐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GM은 니콜라 지분 11%를 취득하고 니콜라에 배터리 시스템 등의 기술을 제공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었다. 그러나 양사가 당초 계획한 협력 내용에서 대폭 축소된 합의안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내놓으면서 사실상 GM이 니콜라에서 발을 빼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니콜라는 그간 1회 충전으로 약 1920㎞를 갈 수 있는 수소 트럭 기술을 내세워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주목 받았고 국내에서는 한화그룹이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지난 2018년 니콜라에 1억달러(한화 약 1200억원)를 직접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금융정보업체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 어떻게 거짓말을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와 파트너십으로 바꿨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분위기는 급 반전됐다.

해당 보고서는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2018년 1월 공개된 니콜라 수소 트럭 주행 비디오의 조작가능성을 제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밀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정면 돌파 대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이후 니콜라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6월9일 최고 79.73달러까지 치솟았던 니콜라 주가는 12월3일 18.98달러(현지통화·현지시간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물론 당장 한화그룹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한화그룹은 과거 니콜라 주식을 1주당 4.5달러에 사들였던 만큼 산술적으로는 여전히 4배 이상의 차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증권거래위원회·SEC)과 법무부 조사 결과에 따라 니콜라의 수소차가 ‘가짜 기술’로 드러날 경우 한화는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주요주주로서 보호예수가 끝나는 내년 4월말까지 니콜라 주식을 팔 수 없다. 당초 한화그룹의 보호예수기간은 11월29일까지였는데 지난 9월 사기의혹이 불거지자 회사 측은 투자심리 개선을 위해 주요 주주들과 함께 보호예수기간을 내년 4월까지로 연장했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먹거리의 하나로 점찍었던 수소 사업 추진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화 계열사들은 오는 2023년 니콜라 수소트럭 양산에 맞춰 미국 수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권한을 확보했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갖고 있다. 

나아가 한화 2세들의 승계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다시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니콜라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또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9.2%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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