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의견 인용해 쿠팡 비난, '경쟁사 방패 삼나' 빈축…독과점 논란에 소비자 외면 가능성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뉴시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쿠팡을 공개 저격하고 나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역풍을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문구로 ‘토종’ 프레임을 강조해오던 배달의민족이 독일자본과 손을 잡으면서 비난여론의 방패막이로 애꿎은 쿠팡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독일계 DH가 자사 주주 지분 8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규모는 약 4조8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 사상 최대다.

DH는 국내에서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톱3’ 배달앱을 모두 거느리게 됐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자신의 기존 지분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 받을 뿐 아니라 양측의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인수합병 이유로 ‘시장 환경 변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특정 경쟁사를 직접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란을 자초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언급한 C사는 최근 ‘쿠팡 이츠’로 음식배달 시장에 뛰어든 쿠팡을 가리킨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아한형제들은 IT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사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 ‘익명의 관계자’ 입을 빌려 경쟁사를 비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쿠팡의 시장교란을 논하기에는 ‘쿠팡이츠’의 규모나 성장세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배달의민족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표본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전체 앱 실사용율 29위, 배달앱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배달앱 2위는 전체 앱 순위 51위를 기록한 요기요가 차지했으며 역시 DH가 운영하는 배달통은 배달앱 6위를 기록했다.

반면 쿠팡이츠는 전체 902위, 배달앱 9위에 그쳤다. 일본계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독일계 경쟁사와 손잡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외국 기업에 매각된 데 따른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경쟁사를 비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이자 코리안 스타트업 신화였던 배달의민족이 독일 자본과 손을 잡는데 따른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쿠팡 탓’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달앱’을 외면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이고 있어 배달의민족에게는 더욱 뼈아픈 상황이다. 업계 1·2·3위 배달앱이 한 회사가 되면 가격경쟁 등이 불필요한 상황이 돼 결국 수수료나 배달비가 상승할 거란 우려에서다.

자영업자나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1개 기업으로 배달 앱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자영업 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이라며 “650만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시장의 동점 장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아있는 가장 어려운 관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이 될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과 DH가 합병할 경우 국내 배달앱 분야에서만큼은 확고한 독과점 지위를 형성하게 된다. 독점은 시장 경쟁을 저해하며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결합은 금지한다는 게 공정위 원칙이다. 때문에 양사가 공정위의 높은 문턱을 넘어 한가족이 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가맹점주협의회는 “90% 이상의 배달 앱 시장이 독일 자본에 지배를 받게 되면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합병 심사뿐만 아니라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배달 앱 시장의 수수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향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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