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쪼개 사모펀드 형태로 발행···법률 소급적용 등 쟁점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공모펀드를 사모펀드 형식으로 쪼개 판매해 논란을 일으킨 NH농협은행(은행장 이대훈)에 대한 제재 여부가 11일 논의된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이 강화된 데다 앞서 해당 펀드를 만든 자산운용사들에게 중징계가 결정된 상황이어서, 펀드를 주문하고 판매한 NH농협은행의 징계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NH농협은행의 ‘시리즈펀드’와 관련한 제재 여부를 판단한다. 

시리즈펀드란 덩치가 큰 펀드를 투자자 수가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로 나눠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공모펀드는 투자 위험에 대해 공시를 해야 하는 등 금융당국의 다양한 규제를 받는 반면, 상대적으로 사모펀드는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초까지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펀드를 주문 제작한 뒤, 이를 사모펀드 시리즈 형식으로 판매했다.

금융당국은 NH농협은행이 공모펀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같은 펀드를 사모펀드로 분할해 팔면서 증권신고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 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OEM펀드 의혹이 불거질 경우 펀드를 지시한 판매사보다 이행한 운용사가 책임을 져 왔다. 운용사와 은행이 함께 공시 위반으로 제재를 받는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 11월 열린 정례회의에서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를 의결했지만, NH농협은행에 대해서는 제재를 보류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에게 주선인으로서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현행법상 증권의 주선인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금감원은 주선인을 넓게 해석하면 판매사도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 규정을 언제부터 적용해야 하느냐다. 같은 증권을 2개 이상으로 나눠 발행하는 경우 사모펀드 형태로 설정했더라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은 지난 2018년 5월부터 시행됐다. NH농협은행이 해당 펀드를 판매한 시기는 법 시행 전이다. 

다만 최근 DLF 사태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위험 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4일 금융위가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서는 OEM펀드와 시리즈펀드 판매사의 제재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법 개정 전이라도 관련 혐의의 적용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적용해 엄격하게 규율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은행권은 이번 금융당국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시리즈펀드 관련 제재에 따라 DLF 사태에 대한 다른 은행들의 제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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