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결렬, 서로 다른 입장 차이에 법적공방까지
홍 회장 "추가 요구 없었다. 한앤코가 약정 불이행"
한앤코 "홍 회장이 새로운 선결조건 내걸었다"
진정성 논란에 여론 반응은 '냉랭'...남양이 또 남양했다

사진=네이버금융 갈무리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급하게 남양유업(003920) 매각을 추진했던 홍원식 회장이 결국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가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고, 사전 경영 간섭과 비밀유지를 위반했다고 꼬집었고,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이 무리한 요구 사항을 내놓으며 계약지속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홍 회장 "추가 요구 사항 없었다"
홍 회장은 한앤코에 남양유업 SPA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인 로펌 LKB 앤파트너스를 통해 1일 밝혔다. 

먼저 홍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매매계약 체결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이야기와 달리 계약 당시 합의되지 않았던 그 어떠한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고, 한앤코와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됐던 사항에 대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매수자인 한앤코 측이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는 게 홍 회장의 주장이다. LBK파트너스는 "홍 회장은 남양유업 경영권 이전을 포함한 지분 매매계약 종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한앤코 측의 약정 불이행으로 부득이하게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한앤코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을 위배했다고도 지적했다.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또한 거래 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다른 곳과의 재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뒀다. 홍 회장은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계약을 해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매수인에게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면서도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각오는 변함없이 확고하다. 한앤코와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앤컴퍼니]
[사진=한앤컴퍼니]

◆ 한앤컴퍼니 "홍 회장 주장은 '사실무근'"
이 같은 홍 회장의 주장에 대해 한앤코는 정면반박했다. 홍 회장이 주장하는 한앤컴퍼니의 잘못은 '사실무근'이며 경영권 주식 매매계약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골자다. 

한앤코는 "홍 회장이 주장하는 우리의 입장번복, 비밀유지의무 위반, 불평등 계약, 주인행세 및 경영 간섭은 사실무근"이라며 "홍 회장은 우리가 말을 바꿔 부도덕하므로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한다. 과연 누가 말을 바꿨는지와 지금껏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숙고하라"고 했다.

경영권 주식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도 강조했다. 한앤코는 "경영권 주식 매매계약은 현재 유효하다. 홍 회장 주장처럼 전날 거래가 종결한 것이라면 지난달 주주총회를 이달 14일로 미뤘는지 밝혀야 한다"며 "법원도 우리 입장을 받아들여 매매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전자등록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홍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 지분 53%가 묶이게 됐다. 이는 한앤코와 분쟁이 해결되기 전까지 새로운 남양유업 주인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한앤코는 "우리는 계약 이후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 양측의 합의 사항은 서면으로 남아 있어서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되레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당사가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을 부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회장 측은 전문가 자문을 받아 상당한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뤘고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해왔다"며 "이제야 불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계약을 깨려는 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회장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유 없는 이행 지연,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가능성 시사로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앤코 따르면 홍 회장은 경영권 이전을 위한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돌연 약속을 뒤집었다.이후 2주 이상 회답하지 않던 홍 전 회장 측에선 새로운 '선결조건'을 내걸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 주기를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이라 내세워 협상을 제안했다"며 "계약상 근거나 언급도 없고, 상장회사 53% 남짓한 지분을 매매하는 주체끼리 임의로 정할 수도 없는 사안들"이라고 비판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뿔난 여론 "남양이 남양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남양유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불매운동 등의 여파를 맞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4월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효과 허위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맞고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맞게 됐다. 

여론이 심각해지자 홍 회장은 지난 5월 3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이후 보유 지분 53% 전부를 사모펀드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SPA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주식 매각 관련 주주총회인 7월 30일 홍 회장 측이 돌연 주주총회 연기를 선언하는 등 돌발행동을 보여 일각에서는 매각 의사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에 5월 사임 의사를 밝힌 홍 회장이 남양유업 분기 보고서에 여전히 회장직함을 유지, 홍 회장의 두 아들도 임원직으로 복직·승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매각 진정성 논란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행보에 누리꾼들은 홍 회장의 억울하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앤코보다는 홍 회장 측에 싸늘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남양유업이 매각을 앞두고 또 다시 소란을 빚어냈다는 이유에서다. 누리꾼 A씨는 "최근 매일유업 비방 댓글 조작을 사과하는 등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는 것 같아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끝냈었다"며 "그런데 계약을 파기한다니 이건 기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특히 홍 회장이 한앤컴을 향해 "부도덕하다"고 꼬집은 것도 '내로남불'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홍 회장 부인인 이운경 고문의 방역 수칙 위반, 홍 회장 장남의 회삿돈 횡령 논란을 거론했다. 누리꾼 B씨는 "남양유업 경영권을 가족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해놓고 장남은 복직에 차남은 승진까지 하며 회삿돈을 가져가고 있다"며 "다른 회사를 비판할 처지가 되냐"고 지적했다.

한편 홍 회장의 남양유업 매각 발표 후 남양유업 주가는 3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2배 이상 치솟았지만 최근 매각에 제동이 걸리면서 5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남양유업의 주가는 오후 13시 기준 전일 대비 2만원(3.54%) 내린 54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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