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합쳐 700억 될수도

서울 시내 휴대포 대리점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국내 이동통신3사(이하 이통3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위반 과징금을 부과 받을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제재 수위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불만도 불거지고 있다. 세계 첫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에 따른 불가피한 마케팅 전쟁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장 상황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해 5G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지난해 한 사람당 수십만원의 불법보조금을 살포해 최신폰을 이른바 '공짜폰'으로 둔갑시킨 이통사에 대한 사실 조사를 마쳤다. 방통위는 지난주 해당 사업자에 통지했고, 이르면 이달 말이나 7월 초 전체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제재를 의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통3사에 부과될 과징금이 7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통신 3사는 지난해 4월 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가입자 확보를 위해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벌였다. 공시지원금은 주요 요금제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 60만~7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대당 평균 60만~70만원의 판매 리베이트까지 합쳐 최신폰이 공짜폰이 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게다가 번호이동을 하면 10만원을 현금으로 주는 페이백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번 방통위의 과징금의 수위가 역대 규모로 전망되는 이유로 조사범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과거 일정기간, 특정 단말기와 특정 판매 채널에 한해 조사가 진행됐다면, 이번 조사는 지난해 5G 상용화 첫 시기인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당시 출시된 삼성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 LG V50 씽큐 등의 단말기 전체와 대형 판매점부터 중소 판매처까지 전수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는 매년 불법보조금 적발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연도별로 △단통법 시행 해인 2014년 24억원 △2015년 315억8000만원 △2016년 18억2000만원 △2017년 21억2400만원 △2018년에는 506억417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 당시 각 이동통신사에 부과된 금액은 △SK텔레콤 213억5030만원 △LG유플러스 167억4750만원 △KT 125억4120만원 순이었다. 

이번 제재에서 과징금 규모는 시장 점유율 1위인 SKT가 가장 많고, KT와 LG유플러스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전망대로 7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되면 2018년 이래 2년만에 최고지를 갈아치우게 된다.

이번 전수 조사는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가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를 방통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LG유플러스는 방통위에 단통법 제13조에 따른 실태점검과 사실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통사가 주체가 돼 단통법 위반 조사를 요청한 첫 사례였다.

통신업계에선 5G 초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한 LG유플러스가 시장의 승기를 잡기 위해, 또 막대한 5G 설비투자 비용과 무리한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규제당국에 개입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5G 가입자 점유율은 SK텔레콤 40%, KT 31%, LG유플러스 29%로 추정돼 LG유플러스가 KT를 바짝 뒤쫓는 형세였다. 

실제 이통3사는 지난해 5G 기지국 구축 본격화에 따른 네트워크 투자 등 설비투자(CAPEX)에 약 9조원을 썼다. SK텔레콤은 2조9154억원, KT는 3조2568억원, LG유플러스는 2조6085억원을 투입해 2018년보다 각각 37%, 65%, 86.7% 증가했다.

또 5G 서비스 상용화에 따른 광고비, 공시지원금과 같은 마케팅 비용에 8조원 가까운 비용을 쏟아부었다. SK텔레콤이 3조70억원, KT 2조7382억원, LG유플러스가 2조2460억원으로 지난해 이통 3사 영업이익은 SK텔레콤 7.6%, KT가 8.8%, LG 유플러스가 7.4% 동반 감소했다.

업계는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수익성이 떨어지다가 보급형 5G 단말기 출시로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는 가운데 역대급 과징금으로 또 다시 시장이 움츠러들까봐 긴장하고 있다. 

이통3사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삼성전자 '갤럭시 S20'은 1분기 판매량이 820만대에 그쳤다. 전작 '갤럭시S 10'이 지난해 동기 1250만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방통위는 단통법 실효성 논란, 사업자간 자율경쟁 제한, 소비자 편익에도 불이익을 끼친다는 목소리로 올해 초부터 단통법 개정 논의를 위해 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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